8일 향년 95세로 별세한 방송인 송해 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 34년간 진행한 KBS1 ‘전국노래자랑’ 시청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방송된 KBS1 국민MC 송해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 ‘내 인생 딩동댕’에는 고인이 생전 자주 다니던 국밥집, 이발소, 사우나 등이 모여있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 ‘송해길’이 나왔다.
이곳의 한 양복점에는 고인이 입어보지 못한 양복 하나가 걸려있다.
양복점 사장은 “이번에 맞춰 놓은 옷이다. 5일 전에 가봉해서 어제 옷이 완성됐다”며 “내일이면 선생님 입혀드려야지 했는데 아침에 뉴스를 보니 부고가 떴다. 너무 놀랐다. 입어보지도 못하고 가신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은 최근 송해의 체중이 줄어 다시 사이즈를 재 양복을 맞췄다며 “선생님이 입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그래 역시 네가 해서 좋았어’ 이런 이야기를 꼭 하셨을 텐데, 그냥 그 말없이 가버리셨다. 너무 아쉽다”고 했다.
전국노래자랑 악단장 신재동 씨는 “지난주 (송해 선생님이) 지인한테 ‘나 양복 하나 맞춰 줘’라고 하시더란다. 그래서 왜 그러시냐고 하니까 그냥 맞춰달라고 하셔서 맞춰드렸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이냐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신 씨는 “그 재킷을 입고 ‘내가 그래도 마지막 인사를 국민한테 해야겠다’, ‘이제 저는 이 프로그램을 놓습니다. 다음 MC가 오면 잘 (부탁드린다)’ 이런 마지막 멘트를 하시려던 것이다. 오늘 그 재킷이 나오는 날인데 어제 돌아가셨다”며 속상해했다.
신 씨는 10일 송해 영결식 후 진행된 추모 노제에서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4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송해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지인, 연예계 후배 8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운구는 유재석, 강호동, 최양락, 조세호, 양상국 등 후배 코미디언들이 맡았다. 빈소를 떠난 운구차는 ‘송해길’을 들른 뒤 여의도 KBS 본관으로 향했다.
신 씨는 KBS 본관 앞에서 전국노래자랑 시그널송을 연주하며 고인과 함께하는 마지막 공연을 했다. 신 씨는 연주 지휘를 마친 뒤 두 손을 얼굴에 감싸며 눈물을 흘렸다.
고인의 유해는 대구 달성군의 송해공원에 영면한 부인 석옥이 씨(2018년 별세) 곁에 안치된다.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석 씨의 고향인 달성을 제2의 고향으로 여겼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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