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펴내
“인간은 가족 죽어도 힘내는 존재, 재앙서 피어나는 것 찾고 싶어
쉬운 언어로 위로-소통과정 써
냉혹한 세상의 20, 30청년들… 그들의 이야기 받아 적을 뿐이죠”
나태주 시인(77)은 주변 사람들에게 “아프다” “힘들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희수(喜壽)에 접어든 그의 몸은 성치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밝은 면을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앙이 닥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가 생긴 뒤로는 서로가 눈을 들여다보면서 눈으로 말하는 버릇이 새로 생겼어요’(시 ‘코로나 이후’ 중)라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7일 시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열림원·사진)를 펴낸 그는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은 가족이 죽더라도 다시 밥을 먹고 힘을 내야 하는 희망적 존재다. 재앙 속에서 피어나는 것들을 찾고 싶었다”며 웃었다. 신작에는 그가 2020년 2월부터 올 2월까지 쓴 시 176편이 담겨 있다.
‘마스크 쓰고/눈과 눈썹과/이마만 남겼으니/다 예쁘다/그냥 예쁘다’(‘코로나 시대’)
‘코로나19가 우리를/새롭게 철들게/하는 것이었다’(‘다시 포스트코로나’)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고 소통했는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독자들이 읽으면서 ‘유명한 시인도 나랑 똑같네’라고 생각하도록 쉬운 언어로 썼어요.”
올 2월 별세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생전에 만난 그는 고인에 대한 시 2편도 시집에 담았다. 그는 ‘민달팽이’에서 ‘민달팽이 집이 없는 민달팽이/아프게 힘들게 맨몸으로 기어서/하늘나라로 돌아갔습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정말 모른다고’에서는 ‘죽음과 사랑에 대해서만은//모른다고 정말 모른다고/어린아이처럼 고백했다’고 썼다. 그는 “내가 변하지 않는 가치를 모아 온 골동품 가게 주인이라면 고인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녔던 가전제품 가게 주인이다. 평생 모른다는 말을 모르고 산 고인은 딸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모르겠다고 고백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 1월 방탄소년단(BTS)의 노랫말에 산문을 붙인 에세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열림원)를 펴냈다. 이번 신작에서도 BTS에 대해 ‘세계인의 가슴에 노래를 심고/세계인의 가슴에 사랑을/심어 가꾸는 마음의 정원사들’(‘사람의 별’)이라고 예찬한다. “노랫말을 읽다 보면 한글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BTS를 좋아한다”는 시인. 20, 30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하니 이렇게 답했다.
“평소 친구처럼 지내는 20, 30대 청년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냉혹한 세상에 던져진 미생(未生)이라고, 젊어도 고달프다고 토로해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이 좋아하는 시가 제게 옵니다. 저는 그걸 받아 적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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