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그룹활동 중단]
“BTS 소속사인 후발주자 하이브… 대형 기획사 악습에 경종” 해석도
전문가 “K팝의 그늘 돌아볼 기회”
방탄소년단(BTS)의 단체 음악 활동 중단에 대해 케이팝 시스템이 지닌 구조적 문제가 터져 나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춘의 고뇌와 방황을 가사에 담아온 방탄소년단은 소속사 하이브의 상장(2020년)과 회사 규모 확장에 즈음해 미국 진출이 맞물리면서 최고의 성과를 내야 했다.
늘 앨범 단위와 한국어 가사로 서사적 음악을 전개해 온 이들이 펜을 놓고 영국인 작사·작곡가가 만들어준 영어 디지털 싱글 ‘Dynamite’로 미국 본토를 공략했다. 빌보드 싱글차트 1위로 큰 화제가 됐지만 이후 ‘Butter’ 등 비슷한 댄스곡을 차례로 내면서 방탄소년단의 기존 세계관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음악은 물론 외모, 안무, 비디오, 팬서비스 모두 완벽해야 한다는 케이팝 아이돌의 강박은 방탄소년단도 비켜가지 못했다. 케이팝 시스템 안에서 개인은 10대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피나는 연습 과정을 거친다. 데뷔 후에도 기획사의 지시와 팬덤의 요구 사이에서 방송, 공연, 행사는 물론이고 사인회, 악수회 등 육체적·감정적 노동이 많다. 최근에는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팬과 소통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이번 발언은 기존 주요 기획사들이 구축한 현재의 케이팝 시스템을 겨냥한 비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국내 음악 산업의 문제점을 줄곧 지적해 왔다. 방 의장은 2019년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오늘날 저를 만든 에너지의 근원은 음악 산업이 안고 있는 악습들,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분노”라고 밝힌 바 있다.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에 속하는 하이브에서 케이팝 시스템에 맞춰 방탄소년단을 키웠지만, 이 시스템이 멤버들을 옭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아이러니를 지적했다는 것.
자막과 배경 음악까지 넣어 완성한 ‘찐 방탄회식’ 영상에 담긴 메시지는 철저한 조율에 따른 결과물로 보인다. 이 영상이 유튜브 채널 ‘방탄티비’에 올라온 건 14일이지만 촬영은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진행됐다.
아티스트의 자율적 활동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김학선 평론가는 “케이팝 시대 이전 스타였던 ‘서태지와 아이들’은 음악, 활동, 쉼의 자유를 얻고 주체적으로 활동했다. 이번 일이 국위 선양을 이유로 묻어둔 케이팝 시스템의 그늘을 돌아볼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