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한 마리 앞에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율이 제각각 구성된 25가지 먹이가 놓여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부터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쌀까지 다양한 먹거리 앞에서 메뚜기는 무얼 선택할까.
호주 시드니대 생명환경과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1991년 메뚜기 20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실의 모든 메뚜기가 탄수화물 300mg, 단백질 200mg의 최적 균형을 갖춘 먹이를 선택한 것.
메뚜기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30년간 곤충영양학을 연구한 저자는 모든 생명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식욕의 비밀’을 찾아냈다. 생물은 수학과 컴퓨터 없이도 스스로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주장이다. 곤충뿐 아니라 포유류까지 다양한 생물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심지어 미생물도 최적의 식단을 찾을 수 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비율을 11단계로 설정한 접시에 점균(粘菌) 조각을 넣었더니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2 대 1의 비율로 이뤄진 먹이 위에만 점균 덩어리가 똬리를 틀었다. 단백질 대 탄수화물의 비율이 이보다 높거나 낮은 먹이 위에서는 균의 증식 속도가 더뎠다. 미생물인 점균도 번식을 위해 가장 완벽한 영양 비율을 찾아낸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인간은 미생물도 찾아낼 수 있는 최적의 식단을 찾아내지 못하는 걸까. 비만, 당뇨, 심장질환 등 현대사회에서 인류는 불균형한 식단으로 발생하는 여러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저자는 인간에게 식단을 조절하는 능력이 애초부터 없었던 게 아니라 1860년대 이후 초가공식품이 대규모로 생산·유통되면서 최적의 식단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초가공식품은 식용유와 같은 가공식품에 비해 화학적 가공을 더 많이 한 식품으로 인스턴트 라면, 각종 과자류, 소시지, 도넛 등이 이에 해당한다.
초가공식품은 주로 지방, 탄수화물로 구성돼 있다. 하루 식단에서 초가공식품 비율이 높으면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단백질의 빈틈이 채워질 때까지 다른 식품을 먹고 또 먹기에 현대인은 비만이 되기 쉽다는 것. 실제 저자가 미국인 9042명의 식단을 분석한 결과 하루 식단 중 초가공식품 비율이 높아질수록 일일 에너지 섭취량 역시 증가했다.
초가공식품을 피하라는 저자의 해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2016년 새로 나온 식료품 2만여 종 가운데 60%가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정도로 일상 곳곳에 초가공식품이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나이, 성별, 활동량을 토대로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섭취해야 하는 열량을 확인하는 계산법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이처럼 하루 섭취량을 꼼꼼히 따져서 먹다 보면 인간도 동물처럼 최적의 식단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결정한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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