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갔던 16세기 ‘독서당계회도’ 490년만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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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6월 22일 13시 14분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독서당계회도’ 언론공개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6.22/뉴스1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독서당계회도’ 언론공개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6.22/뉴스1

조선 중종(재위 1506∼1544년) 때인 1531년경 서울 성동구 옥수동 일대 한강에서 선비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가 490여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이 그림은 지금까지 알려진 16세기 독서당계회도 3점 중 하나이자 실경산수로 그려진 계회도 중 가장 이른 시기 작품이다. 조선 초기 산수화의 면모를 보여주는 수작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제작연도를 명확히 알 수 있어 회화사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

문화재청은 22일 고궁국립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경매에서 매입한 독서당계회도를 공개했다.

지난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경매에서 매입한 ‘독서당계회도’. 문화재청 제공
지난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경매에서 매입한 ‘독서당계회도’. 문화재청 제공
이번에 환수된 독서당계회도는 조선시대 관료들이 ‘독서당’(讀書堂)에 모인 모습(계회·契會)을 표현한 것으로, 한강 ‘동호’(뚝섬에서 옥수동에 이르는 곳) 일대의 풍경 묘사가 돋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젊고 유능한 문신을 선발해 휴가를 주고 공무 대신 학문에 전념하게 한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인재 양성책이 있었는데, 집 대신 학문을 연구하도록 만든 장소가 바로 독서당이었다.

사가독서에 사용된 이 건물은 중종 12년인 1517년 지금의 옥수동 극동아파트 부근에 세워졌고,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환수된 독서당계회도는 비단에 그린 수묵채색화로 전체 크기는 가로 72.4㎝, 세로 187.2㎝다. 그림이 있는 화면은 가로 62.2㎝, 세로 91.3㎝인데 보존 상태도 뛰어나다.

그림 상단에는 ‘독서당계회도’라는 제목이 전서체로 쓰여 있다. 중단에는 지금의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해당하는 한강 변의 ‘두모포’와 ‘응봉’(매봉산)이 묘사돼 있다.

중앙부에는 강변의 풍경과 누각이 자리 잡고 있다. 강변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안개에 가려 지붕만 보이는 독서당을 확인할 수 있다.

계회는 독서당이 바라보이는 한강에서 관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흥겨운 뱃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선비들이 탄 배 옆으로는 술 항아리를 실은 일종의 보급선도 보인다.

지난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경매에서 매입한 ‘독서당계회도’. 문화재청 제공
지난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경매에서 매입한 ‘독서당계회도’. 문화재청 제공
공개 행사에 참석한 박은순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전해지는 16세기 독서당계회도 중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참석자들이 관복을 입고 있다는 점에서 공적 연회로 볼 수 있고, 이에 그림을 그리는 공무원인 ‘화원’이 파견돼 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국내외 기관과 개인이 소장 중인 조선시대 계회도 180여점(추정) 중 화가가 확인된 바는 없다.

하단에는 참석자 12인의 호와 이름, 본관, 생년, 사가독서한 시기, 과거 급제 연도, 계회 당시의 품계와 관직 등이 기재돼 있는데 이는 그림의 제작 시기를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

참석자들은 1516년부터 1530년 사이에 사가독서한 20~30대 젊은 관료들이다. 그중 백운동서원을 설립해 서원의 시초를 이룬 주세붕, 성리학의 대가이자 ‘규암집’을 저술한 송인수, 시문에 뛰어났던 송순 등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경매에서 매입한 ‘독서당계회도’. 문화재청 제공
지난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경매에서 매입한 ‘독서당계회도’. 문화재청 제공
작품에 기재된 참석자들의 관직을 ‘중종실록’ 등의 사료와 비교하면 작품이 1531년경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국내 소장된 계회도 중 국보는 없고, 보물은 12건이 있다. 16세기 그려진 독서당계회도 중 하나로 서울대박물관에 있는 ‘독서당계회도’(1570년경)도 보물이다.

박은순 교수는 “환수된 독서당계회도는 아름다운 청색 안료가 칠해져 있는 등 다른 작품과 비교해 표현 수준이 상당히 높다”며 “여러 면에서 조선시대 계회도 중 대표작으로 삼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귀환한 독서당계회도는 이미 국내 학계에 알려져 있었으나 해외 반출 경위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일본 교토 국립박물관장이었던 간다 기이치로가 소장했고, 기이치로의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입수한 다른 소장자가 가지고 있다가 미국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서당계회도는 내달 7일부터 9월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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