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계절 여름이다. 전국 해수욕장은 다음 달 본격 개장을 앞두고 3년 만에 몰려든 피서객으로 들썩이고 있다. 바다마저도 유튜브 영상을 통해 랜선으로 즐겼던 지난해 여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야외활동 수요가 크게 늘면서 유통업계 역시 소비자 발길을 끌어내기 위해 오프라인 프로모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나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크기의 조형물을 행사장 중심부에 설치하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1∼6월)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메인 광장에 설치된 벨리곰이다. 아파트 4층 높이(15m) 초대형 벨리곰은 벚꽃 시즌 ‘인증샷 성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전시 기간(4월 1∼24일)에만 325만 명 이상을 끌어모았다. 같은 기간 롯데월드몰 일일 방문객은 30%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방문객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기존 공간을 새로운 콘셉트로 재구성하거나 이색 팝업스토어로 집객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유통업계가 단순 유통 점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이색 체험을 선사하는 놀이터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초대형 곰풍선과 ‘인증샷’… 핫한 팝업스토어로 ‘오픈런’
이색 체험공간 여는 유통업계 롯데월드타워 광장의 벨리곰… 현대백화점엔 초대형 베어 벌룬 인증샷 성지로 불리며 큰 인기 GS25의 ‘원소주’ 팝업스토어… 당일 3000병 매진 인기 증명
인증샷 부르는 초대형 조형물
최근 유통업계에선 대형 조형물을 매개로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가 많다. SNS로 일상을 시시각각 공유하는 젊은 층의 발길을 붙잡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초대형 조형물이 설치된 브랜드 행사장은 인증샷을 남기려는 인파로 북적인다. 인증샷 명소로 주목 받은 곳들을 소개한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초 더현대 서울을 시작으로 4∼6m 높이의 초대형 조형물 ‘베어 벌룬’ 순회 전시를 시작했다. ‘LOVE’, ‘JOY’, ‘PEACE’ 등 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곰 풍선 6점이 반갑게 손 흔드는 자세, 문 뒤에 숨은 자세로 백화점 곳곳에 설치됐다. 일상 공간을 미술관으로 바꾼다는 취지다. 현재는 목동점 7층 글라스 하우스에 전시 중이다. 7월에는 판교점 하늘정원에서 전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5m 크기의 대형 솥을 가족 나들이객의 성지인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설치했다. 즉석 영양 솥밥 브랜드 ‘햇반솥반’을 알리는 팝업 행사의 일환이다. 솥뿐만 아니라 전복, 소고기, 밤 등 햇반솥반 신제품에 활용된 재료도 대형 조형물로 만들어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갓 지은 솥밥의 맛을 그대로 구현한 ‘햇반솥반’만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소비자에게 유쾌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초대형 사이즈의 솥을 제작했다”고 전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은 지난 4월 파주점에 외식타운 피기스타운(Piggies Town)을 오픈하면서 ‘핫플’ 메이커로 유명한 외식업체 CICFNB와 협업했다. CICFNB가 파주에 오픈한 대형카페 ‘더티트렁크’, ‘말똥도넛’은 인스타그램에 10만 개 이상 관련 게시글이 올라오며 인증샷 명소로 인기를 끌었다. 피기스타운 역시 이국적인 분위기와 귀여운 돼지 조형물로 개장 초부터 주목을 받았다.
‘오픈런’ 부르는 팝업스토어
그런가 하면 일정 기간 ‘반짝’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로 집객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오프라인 고객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선착순 이벤트, ‘곧 종료된다’는 희소성은 오픈런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SPC 배스킨라빈스가 어린이날을 맞아 올 5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오픈한 ‘포켓몬 위드 하이브 시티’는 팝업 기간(5월 5일∼6월 19일) 9만 명이 방문했다. 매일 1등 당첨자에게 포켓몬 스티커씰을 증정하고 6층 건물 전체를 포켓몬스터 테마로 꾸미자 조용한 상권이었던 한남동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GS25가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에 문을 연 원소주 팝업스토어 ‘지에스 원(GS WON)’ 역시 이례적인 오픈런을 부른 사례다. 웨이팅 시작 2시간 만에 500명 예약이 마감됐고 당일 준비한 3000병은 오픈과 동시에 소진됐다. 원소주 라벨 컬러인 블랙, 화이트로 꾸민 팝업스토어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고객도 있었다. GS25는 팝업스토어 이벤트를 성공리에 마치고 다음 달부터 신제품 원소주스피릿을 전국 1만6000여 개 점포에서 판매한다.
제품 없는 브랜드 공간 운영
패션업계에선 브랜드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유형의 공간으로 ‘카페’에 주목하고 있다. 제품은 아예 배제하고 브랜드 가치와 콘셉트를 구현하는 데 집중한 카페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다.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오감으로 경험하게 한다는 취지다.
애슬레저 브랜드 뮬라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카페 뮬라’를 운영 중이다. 다양한 수종의 조경과 전면 통유리창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바쁜 일상이 잠시 멈춘 듯한 느낌을 준다. 뮬라 관계자는 “제품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걸 피하고 실제 카페 같은 느낌을 최대한 살려 역으로 뮬라가 생각하는 삶과 휴식의 경계선에 대한 가치관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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