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낸 작가 앤서니 브라운
고전 동화 ‘세 가지 소원’ 재해석, 사람 대신 원숭이 주인공 내세워
“어린시절 나를 웃게 만든 이야기… ‘소원’ 주제로 재밌는 책 만들려해”
원숭이들 요정에 빈 세 가지 소원, 엉뚱한 결과 만들며 해피 엔딩
3마리 원숭이가 초록색 소파에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따분해서 졸릴 지경이다. 텔레비전을 끄고 밖에 나가 놀까? 원숭이들이 고민하던 차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등에 날개가 달린 파란 요정이 나타난 것이다. 텔레비전 밖으로 살며시 나온 요정은 제안한다. “너희를 위해서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 나는 너희의 소원 세 가지를 들어줄 거야. 뭐든 말만 하면 돼.” 그러곤 조용히 “소원은 아주 신중하게 골라야 해”라고 덧붙인다. 과연 원숭이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인가 싶었더니 고전 동화 ‘세 가지 소원’을 재해석한 이야기였다. 6월 23일 그림책 ‘엄청나게 커다란 소원’(웅진주니어)을 펴낸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76)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세 가지 소원’은 어린 시절 나를 웃게 만든 이야기다. 재미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 이 이야기를 재해석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2000년 어린이문학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은 그가 신간을 낸 건 지난해 2월 ‘공원에서’(웅진주니어)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사실 ‘세 가지 소원’이라는 이야기를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인 건 분명하죠. 온화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매번 창의적인 그림책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이야기의 마술사인 그는 신작에서도 고전 동화를 새롭게 해석한다. ‘세 가지 소원’ 고전 동화도 주인공을 남자 형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신작에서 주인공을 원숭이로 바꿨다. 사람 대신 동물을 내세우는 변주는 그의 대표작인 ‘고릴라’(1982년), ‘미술관에 간 윌리’(2001년), ‘돼지책’(2002년)을 생각나게 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나이를 특정할 수 없게 했다”며 “셋의 관계에 대한 뚜렷한 단서도 없는 비인간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신간은 ‘소원’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매번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이유를 묻자 그는 “아이들은 모두 다르지만 많은 면에서 똑같다. 모든 아이들이 느끼는 기쁨, 슬픔, 흥분, 사랑을 작품에 담는 게 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커튼이 닫힌 무대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작업 막바지에 표지를 급하게 수정했다. 이 작품을 한 편의 연극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그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첫 장면은 마치 관객들이 무대 위 연극을 지켜보는 듯하다”며 “농담, 관객 참여, 과장된 캐릭터가 나오는 일종의 팬터마임(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연극)처럼 구성했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요정에게 비는 3가지 소원은 모두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자세한 결말은 밝힐 수 없지만 원숭이들이 함께 행복하게 바나나를 먹으며 마무리된다. 늘 해피 엔딩을 그리는 이유를 묻자 그는 “내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이 이야기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남아서 이야기가 끝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을 그리려 한다”고 했다. 다음 작품 계획을 묻자 그는 쾌활하게 답했다.
“소년과 개에 대한 이야기예요. 바다, 하늘, 자갈이 깔린 해변을 배경으로 새로운 모험이 펼쳐질 겁니다. 이 작품을 위해 1년 전부터 바닷가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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