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비규어스댄스…’ 김보람 예술감독
6~9일 구작 업그레이드 작품들 공연
‘무교육적 댄스’, 과거 두 작품 시현
‘사우나 세미나’도 이전 작품 재구성
“새로운 건 별로 안 좋아해요.”
내놓는 작품마다 신선, 장르 파괴, 참신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39). 그는 의외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4일 만난 그는 “새로움을 찾아내는 걸 창작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미 있는 능력을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과정이야말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6∼9일 세종문화회관 세종S시어터에서 ‘무교육적 댄스’ ‘사우나 세미나’를 연달아 선보인다. 김보람의 철학이 담긴 두 작품은 모두 신작이 아닌 구작(舊作)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무교육적 댄스’에선 과거 안무작 ‘볼레로’(2008년)와 ‘언어학’(2016년)을 시현하고 관객을 작품에 참여시켜 작업방식과 과정을 공유한다. 8일 공연이 끝난 후엔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돼 있다.
“‘무교육적 댄스’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무용을 교육적으로 본다’와 ‘교육이 없다(無)’는 것이죠. 축구 경기를 볼 때 나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쥘 때가 있잖아요. 이건 스포츠 경기 규칙을 아는 사람만 자동적으로 느끼는 감각이죠. 무용도 마찬가지예요. 아는 만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9일 공연되는 ‘사우나 세미나’는 ‘바디콘서트’(2010년)를 스탠딩 형태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다프트펑크, MC 해머, 비욘세의 팝 음악뿐 아니라 헨델과 바흐의 클래식, 아리랑 등 여러 음악을 사용했다.
공연명을 ‘사우나 세미나’로 정한 이유도 재밌다.
“무용수들은 한 번 공연하면 살이 4kg가량 빠질 정도로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무대에서 땀을 줄줄 흘려요. 그래서 공연 이름을 ‘사우나 세미나’로 정해봤죠. 이 작품을 스물여덟 살에 만들었는데 그땐 돌도 씹어 먹을 나이였죠. 그래선지 지금은 좀 힘들더군요. 하하.”
그가 2007년 창단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이날치 ‘범 내려온다’부터 콜드플레이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스페인·쿠바의 춤곡 ‘볼레로’까지 춤으로 모든 장르 음악을 섭렵해왔다. 가수 엄정화, 그룹 코요테의 백업댄서였던 그가 서울예대에서 현대무용을 배우고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만든 후 줄곧 고집해온 원칙이 있다. 춤은 절대 가수를 ‘보조’하는 장식이 아니라는 것. 가수나 밴드의 뒤가 아닌 옆이나 앞에서만 그들의 춤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춤은 개별 예술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요. ‘저 춤 때문에 음악이 훨씬 좋게 들렸어!’ 이런 말을 듣는 춤을 계속 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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