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나 과거로의 순간이동이 생각납니다. 현실이 아닌 판타지죠. 우리는 시간을 ‘흘러간다’고 말합니다.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그래서 시간은 ‘불가역(不可逆)’이라고 합니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사실일까요.
▽양자중력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The Order of Time,2018년)’에서 현대물리학에서 밝혀낸, 시간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5가지를 소개합니다. 제가 이해한 대로 요약해보겠습니다.
1.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 중력 등에 영향을 받는다. 중력이 강하면 시공간을 왜곡해 시간이 느리게 흐르게 한다(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나오죠).
2.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시간에게는 엔트로피의 법칙이 먹히지 않는다(이 대목은 문과 출신 저로서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됩니다).
3. 속도가 빠르면 시간이 느려진다.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시간은 없다. 나에게만 적용되는 고유시간만 있다. 즉 현재라는 개념은 없다. 예를 들어 지금 보고 있는 밤하늘 별은 수백만년 전 별 모습. 백만 광년 떨어져 있으니까(이것은 상대성 이론에 나오는 얘기라 비교적 쉽게 이해됐습니다).
4. 시간은 독립적으로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중력장에서 공간과 연결돼 있다. 시공간이 중력장이고 중력장이 시공간이다 (이것도 영화 ‘인터스텔라’로 이해).
5. 시간도 양자역학을 따른다. 즉 입자성, 양자중첩, 관계적 양상을 띤다(저의 얄팍한 양자역학 상식으로는 미처 다 이해되지 않습니다).
판타지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의 마지막 장면.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여주인공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남주인공…. 그럼에도 시간은 둘의 관계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영화의 주제를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양자역학으로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음을 증명했다 해도, ‘타임머신’ 시간 여행은 여전히 현실이 아닌 판타지입니다.
시간 여행이란 개념을 다르게 해석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시간이 흘러간다고 느끼고 있으니, 항상 시간 여행 중인 것이죠. 우리가 정지돼 있다 해도 배경인 시간이 흐르면 속도감이 느껴지니까요.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즐거울 때는 시간이 빨리 흐르고, 힘든 일을 할 때는 시간의 속도가 더디죠.
과거를 추억하면 과거와 만나는 것이고, 미래를 상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공간을 찾아나서는 것만이 여행은 아닙니다. 시간 속에서 계속 어디론가 이동하며 여행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자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가수 사라강이 2021년 발표한 음원의 가사를 소개합니다. 거리의 격차를 시간여행으로 바꾸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발상이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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