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 오페라극장 전속으로 활약했던 바리톤 이응광
내달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 평소 창법 바꾸며 뮤지컬 데뷔
“팬데믹으로 설 무대 사라져… 오디션 여럿 놓치며 인생 쓴맛
노래 계속하고 싶어 방향 전환”
《바리톤 이응광(41)은 스위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의 오페라 무대에 서 왔다.
2008년 동양인 최초로 스위스 바젤 오페라극장 전속 주역 가수가 된 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피가로, ‘가면무도회’의 레나토 등 주역을 꿰찬 그가 올해 한국에서 특별한 무대에 선다.
다음 달 3∼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리는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에서 나폴레옹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것.
그가 뮤지컬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7일 그를 만났다.》
“예술적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싶어 기회를 잡았어요. 익숙한 무대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얻게 될 반응이 두렵긴 해요. ‘이응광이 해석한 나폴레옹’을 좋아하실 수 있게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나폴레옹의 일대기를 노래만으로 만든 뮤지컬 ‘나폴레옹’에 수록된 넘버 40여 곡을 배우, 무용수, 오케스트라가 함께 선보이는 것으로, 12월 월드투어를 앞두고 기획됐다. 1994년 프랑스에서 초연한 ‘나폴레옹’은 201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이어 국내에서는 2017년 한국어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됐다.
뮤지컬을 위해 16년 차 성악가는 창법부터 바꿨다. 그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에 널리 쓰였던 벨칸토 창법을 쓴다. 하지만 평상시 목소리를 활용한 새 창법으로 넘버 ‘달콤한 승리의 여신’을 불렀다. 이를 들은 원작자 티머시 윌리엄스는 “엄청난 목소리(Super voice)” “놀랍다(Amazing)”라고 극찬하며 그를 나폴레옹에 캐스팅했다.
“뮤지컬과 벨칸토 창법은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예전처럼 불렀다간 ‘성악가가 부르는 뮤지컬 넘버’밖엔 되지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목소리를 상하지 않는 선에서 과감하게 창법을 바꿨습니다.”
서울대 음대와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그는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주요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엘리트 성악가’의 길을 걸어왔다. 바젤 오페라극장의 전속 가수가 된 뒤 유럽 전역을 돌며 주요 오페라 무대에 섰지만 그를 발탁한 독일 출신 디트마어 슈바르츠 예술감독이 2015년 사퇴하면서 그도 극장에서 퇴단했다. 그리고 치열한 오디션 인생이 시작됐다.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극장 같이 꿈꾸던 극장에서 오디션 기회가 주어졌어요. 근데 평소엔 잘 부르던 노래도 무대에만 서면 벌벌 떨게 되더라고요. 좋은 기회를 여럿 놓치면서 인생의 쓴맛을 봤죠.”
설상가상으로 팬데믹이 확산되면서 공연은 줄줄이 취소되고 함께 음악을 하던 동료들은 우버를 몰거나 주차장 안내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찾아왔다.
“팬데믹이 없었다면 여전히 클래식 무대가 제가 속한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믿었을 거예요.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대에서 완전히 내려오게 될지도 모른단 걸 깨달았습니다. 방향을 바꿔야 했죠. 제가 원하는 건 계속 노래하는 거니까요.”
휴가 갈 때도 악보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그는 “매일 불안과 재미, 설렘을 수없이 느낀다”고 말했다.
“절실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잃게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고 공부하고 노래합니다. 근데 가끔은 술 마시고 춤도 추고 흐트러지고 싶기도 해요. 언제쯤 맘 편히 일탈할 날이 올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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