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갤러리 반디트라소
韓-아르헨티나 수교 60주년 기념
김윤신 초대전 ‘지금 이 순간’ 개최
신작 회화 23점-조각 14점 선보여
한국 1세대 조각가인 김윤신 작가(87)의 초대전 ‘지금 이 순간’이 서울 성북구 갤러리 반디트라소에서 한국-아르헨티나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다음 달 7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1983년 상명여대 교수 시절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갔다가 광활한 대지와 나무에 매료돼 이듬해 정착하게 됐다. 200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개관한 ‘김윤신 미술관’은 현지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는 7년 만의 국내 개인전으로, 김 작가는 신작 회화 23점과 조각작품 14점을 선보인다.
회화 시리즈 ‘지금 이 순간’은 코로나19 기간에 만들어졌다. 작가는 약 2년간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 재료 수급이 어려워지자 그동안 수집했던 버려진 목재로 작품을 만들었다. 캔버스에 붓으로 밑칠을 한 뒤 나무 조각에 물감을 묻혀 선을 찍어내는 방법으로 작업했다. 8일 갤러리에서 만난 김 작가는 “모든 것들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를 탐구했다는 것. 그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생각하고, 그 과정은 우주에서 볼 때는 동시에 일어나는 것만큼 찰나”라고 했다. 작품에 대해서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조각과 석판화를 전공한 그는 1974년 ‘한국 여류 조각가회’를 발족시킨 인물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조각 ‘합이합일(合二合一) 분이분일(分二分一)’ 시리즈는 여러 모양의 나무 조각들이 결합돼 하늘로 우뚝 솟아 있는 형태다. 작가는 “나를 찾는 과정에서 조각하면 나도 모르게 그 형태가 위로 솟아 있다. 나의 영혼을 찾아가는 것이고, 그게 하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업 과정을 따라가면 1975년부터 이어져 온 그의 오랜 주제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뜻을 유추할 수 있다. 두 개체가 하나로 만나며, 그 만남은 또 나뉨을 의미한다. 김 작가는 “작업 전 생각과 마음을 비우고 재료에 대해 며칠간 고민한다. 이 나무의 냄새는 어떤지, 무름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그 뒤 어떻게 절단해야 나와 함께 하나가 될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재료인 나무, 곧 자연과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의 느낌을 충실히 따라 톱으로 면을 잘라낸다.
부분을 다시 본체와 통합하는 과정이 그 다음 작업이다. 작가는 “그 둘의 어울림 속에 나눔이 있다. 나눔의 근본은 사랑”이라며 “풀 한 포기도 사람이 가꾸지 않으면 죽는데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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