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동물이 되어보기 홍이현숙-12m 아래, 종(種)들의 스펙터클 |
1.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여성’이란 존재를 탐구하던 홍이현숙 작가는 동물권 개념을 접한 뒤 사회의 모서리에 놓인 ‘동물’, ‘자연’ 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3. 작가는 서로 다른 존재들을 이해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그들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감각을 경험하는 것이라 말한다. |
-‘인간 대 비인간’ 이분법을 벗어나는 것이 작가님께는 왜 중요한 건가요? =그전까지는 사회에서 가장 바깥에 있는 존재가 여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동안 작업을 멈추고 인문학을 공부하다가 동물권이란 개념을 접한 거죠. 그때 여성보다 더 바깥쪽에 있는 것이 동물, 자연과 같은 비인간적 존재들이란 생각이 든 겁니다. 인간이 가운데에 있다면, 가장자리에 있는 것들까지 끌어안고 싶어진 거죠. -동물이나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아도 이들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에게는 폐경 경험에서 출발한 퍼포먼스를 담은 사진·영상 시리즈인 ‘폐경 의례’(2012)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게 저한테는 중요한 변곡점이 됐어요. 뭔가 폐경을 겪고 나니 다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발목을 잡았던 것들을 많이 놔버린 거죠. ‘나나 가족 말고, 그렇다고 딱히 사회를 위해서는 아니지만 이전과는 좀 다르게 살아도 되는 시절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한 겁니다. -인간의 시선과 언어를 지워내는 경험이 지금 이 사회에 어째서 필요한 건가요?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잖아요. 서로 같아지겠다는 게 아니죠. 그럼 나 말고 다른 존재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깊은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해요. 기후변화가 어떻다는 둥 지식과 생각이 아니라, 감각이 없으면 공감이 안 된다는 거죠. 어찌 보면 이 모든 게 뻘짓이죠. 그래도 ‘같이 뻘짓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네’하는 생각에 아직 살 만한 세상이라고 느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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