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으로 올 3월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올랐을 때 그는 이 소식을 빠르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20일 출간된 연작소설 ‘믿음에 대하여’(문학동네)에서도 감정과 소신을 당당히 드러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그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자신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를 향해 “선배님, 사무실 밖으로 좀 나와주시겠어요?”라고 소리치는 인턴사원(단편 ‘요즘 애들’)처럼, 퀴어 커플이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전전긍긍하며 자신을 옥죄는 애인을 향해 “내가 라푼젤이야?”라고 외치는 주인공(단편 ‘보름 이후의 사랑’)처럼.
2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인간 박상영으로도, 작가 박상영으로도 최대한 투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나도 인간이라 가면을 쓰지만 겸손한 것보단 솔직한 게 내 스타일 같다”고 웃었다. 그는 2016년 등단 후 3년 만에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고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오르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퀴어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폄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빠른 속도로 빛난 만큼 짙은 어둠을 견뎌야 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퀴어 팔이한다, 일기 쓴다’며 작품을 무시하던 분들을 향해 가치를 증명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내가 쓴 소설이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세계(해외)를 포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신작에 실린 연작 소설 4편은 모두 30대의 삶을 그린다. 지난해 10월 펴낸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문학동네)가 깨질 듯 연약한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신작은 지친 삶을 버텨나가는 30대의 고뇌를 다뤘다. 방송사 앵커, 유튜브 영상 편집자, 이태원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을 다룬 점도 눈에 띈다. 친구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취재해 다양한 삶의 경험을 녹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를 다루기 위해 예방의학과 전문의에게 문의하고 영국 네이처지를 찾아봤어요. 부동산 급등 시기를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 흐름을 공부하기도 했죠. 제가 그동안 써왔던 이야기를 잘 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그동안 쓰지 않았던 이야기도 잘 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썼습니다. 이 책은 제 작품세계의 ‘시즌2’입니다.”
그의 작품이 다양한 소수자 문제를 품으며 확장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왜 소수자 이야기를 쓰냐고 묻자 그는 진중하게 답했다.
“어둡고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 렌즈를 대고 들여다보는 게 문학이에요. 제게 소수자를 재현하는 일은 글쓰기와 동의어입니다. 소수자의 삶을 완전히 보여줄 때까지 계속 글을 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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