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공동 캠페인
충북 제천 캠핑장 간 ‘책 읽는 버스’
독서-환경퀴즈 등 풀고 환호… 깊은 밤 달랠 책 빌리며 설레
책 1000여권에 긴 의자도 갖춰… 버스 안에서 편하게 독서 가능
“캠핑장 독서 프로그램 신선”
《푸릇푸릇한 산 중턱에 자리한 충북 제천시 스테리움 제천 캠핑장.
한참 동안 비가 내리다 그친 23일 오후, 캠핑장 입구에 자리 잡은 노란색 이동식 도서관 ‘책 읽는 버스’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긴 장마로 야외활동을 즐기지 못했던 이들은 자연 속 캠핑장에서 만난 책 앞에서 쨍하니 해맑아졌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독서 퀴즈를 풀고선 환호했고 깊은 밤을 달래줄 책을 한 권씩 빌려가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만든 ‘책 읽는 버스’는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운영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한다. 1987년 설립된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이동식 도서관으로 농어촌을 찾거나 지역 축제 현장을 방문해 책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 대여는 물론이고 구연동화, 심리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이들이 많이 찾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하루에 수차례 버스 안팎을 소독하고 있다.
이날 ‘책 읽는 버스’를 가장 먼저 찾은 이는 서울에서 온 남승지 씨(31). 동화책 ‘도깨비가 데려간 세 딸’(길벗어린이)을 읽고 책 내용을 바탕으로 낸 퀴즈 4개를 맞혔다. 신이 난 남 씨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와아아아∼” 소리를 질렀다. 남 씨는 퀴즈를 푼 뒤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유교 경전인 ‘논어’ 포켓북을 가져갔다. 남 씨는 “캠핑을 다니다 보면 무료한 때가 있어 책이 한 권 정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책 읽는 버스’ 덕에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 ‘책 읽는 버스’를 찾기도 했다. 손권휘 씨(40)는 아내와 함께 28개월 된 아기를 안고 왔다. 부부는 칫솔을 플라스틱으로 배출해야 하는지, 된장은 음식물 쓰레기인지 등을 묻는 환경 ○× 퀴즈를 고심하며 풀었다. 그리고 ‘책 읽는 버스’ 안으로 들어가 아기를 위한 동화책을 빌려갔다. ‘책 읽는 버스’에는 책 1000여 권이 비치돼 있고, 긴 의자에 에어컨도 있어 시원하고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 있다. 손 씨는 “잠들기 전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기 위해 평소 캠핑을 할 때 책을 들고 다닌다”며 “‘책 읽는 버스’에 아이를 위한 책이 많아 고심하며 한 권을 골랐다”고 했다.
김지후 군(15)은 엄마와 함께 ‘책 읽는 버스’에 한달음에 달려왔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 군은 “뭘 할까 고민했는데 오늘 빌리고 내일 반납할 수 있다는 말에 ‘책 읽는 버스’를 찾았다”며 “캠핑장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신선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캠핑장에서 책을 읽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고봉성 스테리움 제천 팀장은 “평소 도시에서 바쁘게 살다 보면 가족이 모여 함께 책 읽는 시간이 거의 없지 않느냐”며 “비가 쏟아지면 캠핑장에서 할 일이 없을 수 있는데 책 읽는 프로그램을 통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희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사무국장은 “부모님이 텐트를 치거나 요리하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버스에 와 책을 읽고 놀다 간다”며 “한 명이라도 더 책을 즐기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책 읽는 버스’는 이곳에서 24일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8일부터 8월 4일까지는 전북 부안군 변산오토캠핑장, 8월 11∼15일은 강원 강릉시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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