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가 뭐 어때서…집에서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6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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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순간 집에서 홀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릴 겁니다. 가족이 없는 제게 장례식이나 무덤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살아가는 동안 내가 사랑한 이들에게 그간 고마웠다고 작별 인사를 미리 나누려 해요.”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74)가 꿈꾸는 생의 마지막 순간이다. 그는 독거노인이라는 말만 나오면 ‘불쌍하다’는 부정적인 인식부터 튀어나오는 세상에 반기를 든다. 혼자 사는 노인이 혼자 죽는 게 당연하지, 뭐 어때. 오히려 가족에게 돌봄의 짐을 지우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삶이라고.

2025년 일본은 독거노인 751만 명 시대를 맞는다. 머잖아 한국사회가 맞이할 미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2050년 65세 이상 1인 가구 수는 467만 가구로 예상된다. 모두가 독거노인 ‘고독사(孤獨死)’를 우려하는 세상에서 우에노 교수는 최근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동양북스)라는 도발적인 책을 국내 출간했다. 19일 진행한 e메일 서면 인터뷰로 만난 그는 “살아가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고독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혼자 사는 인구가 느는 만큼 혼자 죽는 게 당연한 시대가 온다면 마냥 고독사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혼자이면서 행복한 죽음을 준비해보자는 것이다.

집에서 혼자 죽는다고 반드시 고독사는 아니다. 이미 일본 사회는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는 24시간 방문 의료 체계를 갖췄다. 2000년 간병보험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노인 인구의 80%가 일주일에 두 차례 전문 간병인의 돌봄을 받는다. 간병인이 1인 노인 가구의 동향을 수시로 확인할 뿐 아니라 노인 가구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집집마다 설치해 24시간 이상 노인이 움직이지 않을 때 응급의료에 자동으로 연락하는 식이다. 한국도 일본의 간병보험 제도와 유사한 장기요양보호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우에노 교수는 “사망 직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고독사 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재택사(在宅死)’를 권장한다. 고령화를 넘어 다사(多死) 사회로 진입할 미래에는 의료기관이 그 많은 노인의 죽음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우에노 교수는 “2018년 일본인 사망 원인 1위는 암, 2위는 심혈관 질환, 3위는 노쇠였다”며 “장수사회로 진입하면서 갑작스러운 질병을 앓다 병원에서 죽는 노인들보다 만성질환을 앓으며 서서히 내 집에서 노쇠해 죽는 노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일본 노인의 수명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약 8년, 여성은 약 12년 동안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허약 기간’을 지난다. 이 기간 내내 의료기관에 머문다면 막대한 의료 비용이 들 터. 재택사가 경제적이면서 편안한 이유다.

단, 집에서 죽기 위해서는 우선 집이 있어야 한다. 우에노 교수는 1인 노인 가구에 빈 집을 대여해준다면 주거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일본의 빈 집 비율은 13%. 그는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주택 정책도 바뀌는 추세”라며 “4인 가족 위주로 설계된 공공주택에 1인 가구가 입주할 수 있게 됐고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공용주택도 늘었다. 주거가 불안정한 노인에게 빈 집을 빌려주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재택사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인이 안심하고 죽을 수 있는 세상에서는 청년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어요. 부모 간병에 구속받지 않으니까요. 혼자 당당히 살아가는 부모를 보며 홀로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겁니다. 노인은 머잖아 다가올 청년의 미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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