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밴드 출신 이윤정, 넘넘서 새 싱글 발매
2016년 이승혁-이재와 ‘넘넘’ 결성
코로나 불황에 해외공연 취소되고… 알바 뛰며 겪은 ‘불안’이 영감으로
20여년전 美서 비주류 음악 들고와… 이번엔 K팝 전시-공연기획 등 도전
‘조용히 길을 걷다 보면 내가 아는 모든 게 사라져.’
명랑한 비트에 찌르듯 날카로운 보컬이 얹힌 노래에선 상실감이 묻어난다. 20일 발매된 포스트펑크 밴드 넘넘(numnum)의 싱글 ‘월드 뮤직(World Music)’ 얘기다. 넘넘은 삐삐밴드 멤버로 유명한 이윤정(46)과 인디밴드 효도앤베이스로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이승혁(37)과 베이시스트 이재(28)가 만든 밴드다. 이들은 팬데믹이 불러온 사회적 소외감 등을 신곡에 녹여냈다.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세 사람을 만났다.
이윤정에게 넘넘은 삐삐밴드, EE에 이은 세 번째 밴드 활동이다. 그를 대중에 알린 삐삐밴드는 1995년 데뷔앨범 ‘문화혁명’으로 한국 음악신(scene)의 ‘문제적 밴드’란 평가를 받았다. 내지르는 창법으로 ‘안녕하세요. 오오 잘 가세요’ ‘딸기가 좋아’와 같은 단순한 가사를 반복하던 이윤정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넘넘의 출발선엔 삐삐밴드가 존재한다. 2015년 삐삐밴드 20주년 공연 무대에 이재가 베이시스트로 참여한 게 넘넘의 시작이었다. 이윤정은 “둘 다 엄청난 보물이라 같이 뭔가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았다. 각자의 매력이 강해 많이 싸우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들에겐 코로나19마저 창작의 원동력이었다. 팬데믹으로 예정됐던 해외공연이 무산됐다. ‘예측 불가능’의 불안감이 이들을 덮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안감은 싱글 ‘월드 뮤직’의 영감이 됐다. “코로나19로 공연을 못 하니 떡집 알바까지 해봤어요. 사람들과 만나 떠들면서 불안감이 해소되는 측면이 있는데 코로나로 오로지 혼자 해결해야 했죠. 그런 갑갑함 등을 음악에 담았어요.”(이재)
음악적 견해 차이로 삐삐밴드를 탈퇴한 뒤 잠시 미국으로 떠났던 이윤정은 솔로 앨범 ‘진화’를 들고 1997년 한국에 돌아왔다. 테크노가 생소하던 당시 전자음악으로 가득했던 그의 앨범은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넓힌 시도였다. 비주류의 음악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그는 또 한 번 미국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엔 K팝 관련 전시와 공연 기획에 도전한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음악은 차고 넘쳐요. 기존에 없는 새로운 제안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넘넘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음악도 있네?’라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걸로 돼요.”(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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