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렌카’는 저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활동명입니다. 제 미술 실험의 공간인 스튜디오와 고향 엘살바도르의 토착 민족인 렌카족를 합쳤어요.”
1980년 엘살바도르에선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벌어졌다. 12년간 이어진 내전에 수많은 국민이 국경을 건너 도망쳐야 했다. 미술가 스튜디오 렌카(36) 역시 서너 살 무렵 트럭 화물칸에 몸을 숨긴 채 미국으로 건너갔다.
작가에게 당시의 기억은 예술 활동의 자양분이다. 15일부터 서울 강남구 ‘탕 컨템포퍼리 아트’에서 열린 개인전 제목이 ‘I‘m working on leaving(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인 것도 이런 맥락에 바탕을 뒀다. 동명의 작품은 트럭에 올라타 어디론가 떠나는 이들을 담았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렌카의 개인전은 올해 4월 서울에 문을 연 탕 컨템포러리 아트의 첫 번째 기획전. 중국계 갤러리인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1997년 태국 방콕에서 시작해 중국 베이징과 홍콩 등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 화랑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대에서 예술학 석사를 받은 렌카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개인전에 선보인 작품은 35점. 대다수 작품엔 인물 두 명이 등장한다. ‘Moving quickly’(2022년)는 두 사람이 가방을 쥔 채 이동하고 있다. 개막식에서 만난 작가는 “두 사람은 자신과 ‘또 다른 자신’이다. 현재 미국 문화권에 사는 나와 과거 엘살바도르에 살던 나다. 그 둘은 이어져 있으며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정면을 응시한다. 작가는 “보통 정면화가 권위적인 느낌을 주지만 제 그림은 편안하다고 하더라. 눈썹이 내려가 눈은 슬픈데 입은 웃고 있기 때문인 거 같다. 관객들이 작품에서 자신과 닮은 이를 마주하는 순간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24일까지 열리는 렌카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사전에 모두 팔리며 큰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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