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들은 어떤 나라를 꿈꿨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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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신익희-안창호 등 21人
친필유묵집 ‘독립정신’ 첫 공개
당시 시대정신-건국 염원 담겨

독립기념관 제공
독립기념관 제공
“진심성의 건국완성(眞心誠意 建國完成·온 마음을 다해 건국을 이뤄내자).”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 부주석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규식 선생(1881∼1950)이 1945년 8·15 광복 직후에 남긴 친필 유묵에는 당시 새로운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고난의 일제강점기를 이겨낸 독립지사들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우는 ‘건국’은 진정한 독립을 일컫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김구 신익희 안창호 이시영 조소앙….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독립운동가 21인이 직접 쓴 글 24점을 담은 친필유묵집 ‘독립정신(獨立精神)’이 8일 처음 공개됐다. 독립기념관은 “광복 77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 화사 이관구 선생(1885∼1953)이 친필유묵들을 엮은 책 ‘독립정신’을 최근 후손에게서 위탁받았다”고 밝혔다.

이관구 선생은 항일운동단체 광복회에서 군 자금을 모으고 밀정 처단 업무를 했다. 1977년 건국포장, 1990년 애국장이 추서됐다. 이 선생은 광복 직후부터 1946년까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김구(1876∼1949)와 조소앙 선생(1887∼1958) 등에게서 직접 친필유묵을 받아 책으로 엮었다. 올해 6월 21일 이 선생의 후손이 이를 독립기념관에 위탁해 세상에 존재가 알려졌다.

해당 사료에는 광복 직후 독립지사들의 숭고한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김구 선생은 ‘事莫大於合心(사막대어합심·마음을 합치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없다)’이라고 썼다. 광복 직후 남과 북으로 갈린 혼탁한 정국을 보며 민족의 단결을 호소했던 백범의 심경이 그대로 담겼다. 임시정부 내무차장을 지낸 신익희 선생(1894∼1956)이 1946년 6월 21일 쓴 ‘獨立尙未成功 吾等仍須努力(독립상미성공 오등잉수노력·사진)’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독립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니 우리는 더욱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간절한 호소가 실렸다.

독립지사들은 새로운 조국에 대한 큰 기대도 내비쳤다.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선생(1869∼1953)은 ‘성력소지 대업필성(誠力所至 大業必成)’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1946년 직접 쓴 이 문장은 “정성과 힘을 다하면 대업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희망이 배어 있다.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조소앙 선생은 1934년 임정 건국강령 초안에도 쓴 문장을 다시 되새겼다. ‘首尾均平位 興邦保太平(수미균평위 흥방보태평).’ “머리와 꼬리가 균평하게 자리 잡으면 나라가 흥하고 태평이 유지되리라”라는 뜻으로 조 선생이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을 주창했던 ‘삼균주의’의 토대를 뜻한다.

‘독립정신’은 독특한 점이 눈에 띈다. 속표지에 ‘건국정신(建國精神)’이란 부제가 따로 적혀 있다. 정욱재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위원은 “독립지사들이 남긴 친필 유묵에는 진정한 통일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야말로 독립운동의 완성이라고 여겼던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운동가#친필유묵집#독립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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