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는 의학에 싫증을 느끼고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듯 기뻐한 것도 잠시, 또 싫증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이제야 깨달았다”며 이번엔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나선다.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운 성격은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파티에서 열다섯 살 위의 유명 만화가 악셀(아네르스 다니엘센 리)을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세대 차이와 성격 차이로 갈등을 겪는다. 성공한 남자친구는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는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 율리에는 곧 악셀과 정반대되는 매력을 가진 또래의 평범한 남성 에이빈드(헤르베르트 노르드룸)에게 사랑을 느낀다.
25일 개봉한 노르웨이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제목만 볼 땐 왠지 뻔한 로맨스물 같지만, 로맨스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 작품이다. 로맨스는 율리에가 자아를 찾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리는 데 활용되는 일종의 장치다. 관람 포인트는 “내 인생인데 조연 역할을 하는 기분”이라며 연애와 일에서 모두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율리에가 삶의 주연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 이 영화로 지난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레인스베는 연인에 대한 애정이 미묘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잘나가는 남자친구에게서 박탈감을 느끼는 모습을 대사 없이 표정으로만 나타낸 장면은 그가 왜 상을 받았는지를 설득시킨다. 명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입체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율리에가 에이빈드를 만나기 위해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거리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두 사람 외에 모든 사람들이 멈추게 하는 방식으로 담았다. 사랑에 빠진 이들의 마음을 판타지처럼 담아낸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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