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교황’ 원작자 매카튼 서면 인터뷰
호킹-처칠-머큐리-프란치스코 등 주로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집필
“두 교황 대화내용은 모두 내 상상… 변화-원칙에 대한 입장 근거로 써
두 분 다 아직 작품 안본걸로 알아”…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된 화제작
뉴질랜드 출신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61·사진)의 필모그래피엔 공통점이 있다. 영국 아카데미상 각본상 수상작인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년)에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영화 ‘다키스트 아워’(2017년)는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년)는 영국 록 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 모두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2019년) 역시 실존 인물에 천착했다. 바티칸 역사상 598년 만에 자진 퇴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를 다룬 이 작품은 2019년 6월 영국 노샘프턴에서 초연한 희곡에서 출발했다. 한국에선 30일부터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다.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베네딕토 16세는 배우 신구 서인석 서상원이, 자유로운 성향의 프란치스코는 정동환 남명렬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두 교황’ 원작자 매카튼을 최근 서면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두가 알지만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이야기하게 만드는 인물에 관심이 간다.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고 탐구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실존 인물을 문학으로 옮기는 작업은 어떤가.
“세부 팩트를 존중해야 한다. 역사의 모든 게 기록된 건 아니다. 비어 있는 여백이야말로 작가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다.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최선의 추측을 써야 한다.” ―작품에서 바티칸을 뒤흔든 성직자 비리 사태에 직면하자 두 교황은 신앙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벌인다. 프란치스코는 “시대가 변화를 요구하는데, 교회가 전혀 움직이지 않으니 더 이상 영업사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베네딕토 16세는 “주님이 계속 움직인다면 주님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라고 일갈한다. 대화는 허구인가.
“대화와 논쟁은 내 상상이다. 실제 대화를 기록한 문서나 녹음은 없다. 다만 논픽션을 출간했을 정도로 많이 조사했다. 두 교황의 입장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자부한다.”
―피아노 연주를 즐기는 베네딕토 16세, 축구와 피자를 좋아하는 프란치스코도 상상인가.
“두 인물의 차이를 묘사하기 위한 설정이다. 프란치스코는 친근한 민중의 지도자, 베네딕토 16세는 일상적 쾌락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두 교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처음엔 프란치스코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의 주장을 쓰면서 점점 그에게 빠져들었고 그 생각을 존중하게 됐다. 프란치스코는 변화와 적응을, 베네딕토 16세는 견고한 원칙을 말한다. 종교는 변하지 않는 진실이 돼 사람들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직자의 뇌물 수수, 성추행, 돈세탁 혐의로 공격을 받던 당시, 두 교황의 대화엔 타협과 변화가 여러 번 등장한다.
“타협은 원래 입장을 희생하는 것, 변화는 완전히 새로운 입장을 갖는 것이다. 변화는 큰 기쁨을 동반한다. 타협보다 변화에 더 많은 의지와 확신, 다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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