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두고 문해력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이 “(표현을 모르는 이들에 대한) 조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소신을 밝혔다.
24일 오상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뒤늦게 올려보는 문해력 논란에 대한 나의 생각’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상진은 “‘심심한’ 사과의 말이 며칠 전 트렌드를 뜨겁게 달궜다”고 말문을 열었다.
‘심심한 사과’ 논란은 지난 20일 서울의 한 카페가 사과문에서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고 적으며 불거졌다. 일부 고객들이 매우 깊고 간절하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심심(甚深)’이란 뜻을 지루하다는 의미의 동음이의어로 오해하고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걸 체감했다” “곧 ‘무료하다’도 공짜로 아는 사람이 나오겠다”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오상진은 “기본적으로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빠른 인터넷의 보급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응의 속도는 빠른 반면, 문해력 순위는 계속 밀려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언어는 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단어가 가진 의미는 시대에 따라 천차만별의 의미를 가진다”며 “용비어천가에서 ‘어린 백성’은 나이 어린아이들이 아닌 한자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었고, 표준어가 된 물방개는 사투리였으며, 내가 처음 방송할 때는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써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어는 참 어렵다. 며칠과 몇 일, 에요 예요, 뵈어요 봬요, 사이시옷, 띄어쓰기, 그리고 수많은 한자의 동음이의어들까지. 모든 사람이 이걸 다 알 수는 없고 그래야만 할 이유도 없다”며 “결론적으로 이걸 가지고 싸울 이유가 없다. 찾아보라고 사전이 있는 것이며, 요즘은 인터넷에 모든 사전이 다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오상진은 “문제는 지나친 자기 확신과 뭘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오만이 부딪혔을 때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고객을 상대하는 업체가 사과하면서 조롱할 이유는 없다. ‘심심한’이란 말이 거슬릴 수도 있었겠지만, 순간의 화를 누르고 사전을 한번 찾아봤다면 이런 갈등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조롱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마이클 샌델은 학식을 갖춘 이들의 거드름과 무시가 사회의 갈등을 격화시켰다고 분석했다. 한 번 더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태도가 더 낫지 않을까 싶다”며 “졸부를 ‘졸라 부자’로 해석하는 창의력에도 박수를 보내는 태도도 조금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능도 짤로 보고 드라마도 배속을 높여 보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며 “세상의 흐름에 맞는 소통법과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너무 길게 쓰는 나 자신이 너무 싫기는 하다. 나 꼰대 맞나 보다. 우울하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