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가짜 위안은 버리고 내면으로 돌아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7일 03시 00분


◇오십, 어떻게 살아야 할까/제임스 홀리스 지음·김미정 옮김/296쪽·1만8500원·북아지트

서점을 휩쓴 베스트셀러 제목들을 보면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2008년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갤리온)가 화제였는데, 2018년은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더퀘스트)가 인기였다. 최근엔 ‘오십’이 제목에 들어간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지난해 나온 ‘오십부터는 노후 걱정 없이 살아야 한다’(포레스트북스), ‘오십에 읽는 논어’(유노북스) 등이 대표적이다.

스위스 출신 심리학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의 이론을 소개하는 교양 심리학서인 이 책의 제목에도 ‘오십’이 들어간다. 나이를 제목에 넣은 책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직접적으로 그 나이를 다룬 책이다. 다른 쪽은 해당 연령의 독자가 읽기에 괜찮을 주제를 다룬다. 이 책은 후자다. 사실 원제는 ‘Living Between Worlds’로, 책에서도 ‘오십’이란 단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독자층을 중장년으로 한정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판 제목에 ‘오십’이 들어간 이유는 뭘까. 마케팅적인 측면과 아울러, 융의 심리학이 인생 후반전을 맞을 사람에게 필요한 통찰을 제공해서가 아닐까.

‘분석심리학’ ‘심층심리학’이라고도 불리는 융 심리학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데 목표를 둔다. 프로이트 심리학의 핵심 개념이 욕망, 그중에서도 성욕인 점과 대조된다. 융은 삶의 원동력을 성 에너지에서 찾은 프로이트 심리학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삶이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는 돈이나 관계, 성취 욕구에 매달리다가도 중장년에는 의미를 탐색하는 이들이 많다. 의미를 찾지 못하면 아무리 물질적, 사회적으로 이룬 게 많더라도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퇴직 뒤 자존감 하락으로 힘들어하거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은퇴자, 갈등 끝에 황혼 이혼을 결정한 부부, 자식을 다 키운 뒤 공허함을 느끼는 부모 등 장년 노년의 마음을 흔들 요소는 많다. 이들에게 융은 단언한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의미 찾기에 있다고.

삶의 의미에 대한 정답은 없다. 모두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의미를 찾는 건 자신의 몫이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점, 무의식을 깊게 들여다봐야 비로소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고 전문가 상담이나 약물 치료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융 심리학이 권하는 방법은 이렇다. 고난에 굴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기를 것. 술과 담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중독성 높은 가짜 위안 대신에 내면과 깊게 대화하는 것. 꿈, 종교, 신화, 문학은 우리의 무의식을 탐구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다. 삶이 재미없다면,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융의 제안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50대가 아니더라도 우린 항상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니 말이다.

#심리학#삶의 통찰#회복 탄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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