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닥쳐온 재난물, 영화 같지 않은 영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9일 03시 00분


소름 돋는 현장감 ‘락다운 213주’
미국 팬데믹 통금 때 시나리오 써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3년 전에 영화 ‘락다운 213주’(원제: Songbird·사진)가 개봉했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관객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 코웃음 쳤을지도 모른다.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세상이 저 지경이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지금은 미소조차 쉽게 나오질 않는다.

영화는 2024년이 배경. 제목처럼 ‘코로나-23’이란 신종 바이러스가 확산돼 록다운(봉쇄) 조치가 시행된 지 213주가 지났다. 봉쇄 4년이 넘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는 전쟁이 훑고 간 폐허 지역을 방불케 한다. 주 정부는 “허가 없이 집 밖으로 나오면 사살하겠다”고 경고하고 실제로도 총을 드는 데 거리낌이 없다. 가정집들도 문 앞에 “무단침입자 사살”이란 경고를 붙여놓았을 정도다.

그나마 통행이 가능한 건 당국으로부터 면역력을 지녔다고 인정받은 극소수뿐이다. 니코(KJ 아파)는 면역자라 우편물 배달원으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허락받지 못한 여자친구 세라(소피아 카슨)는 만날 수 없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은 얼마 전까지 격리가 일상적이던 우리네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락다운 213주’는 촬영기법에서도 현장감이 넘친다. 많은 장면을 스마트폰 카메라와 레저스포츠용 카메라 등으로 촬영하고, 폐쇄회로(CC)TV 감시카메라로 촬영된 장면도 활용했다. 흔들림까지 그대로 담아내 실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살렸다. 특히 세라의 할머니가 열이 나자 보건당국이 격리구역으로 가족들을 강제 이송하려고 무장한 채 들이닥치는 장면은 온몸에 털이 솟구친다. 중국 상하이 등에서 벌어진 고강도 봉쇄 조치를 떠올리면 영화에서나 일어날 일이라 치부하기 어렵지 않나.

미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대가인 마이클 베이 감독이 제작을 맡은 작품. 실제 LA 등 미국 여러 주에서 팬데믹으로 통행금지가 내려졌을 당시에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공포영화 ‘행맨’(2015년) 등을 연출했던 애덤 메이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메이슨 감독은 “이 영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담은 ‘타임캡슐’”이라 설명했다. 다만 인물의 선악 구도가 지나치게 단순화된 점은 이 세상을 제대로 담았다고 보기엔 다소 아쉽다. 31일 개봉.

#영화#락다운 213주#재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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