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을 제 발로 찾은 토끼 아들의 사연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9일 03시 00분


수궁가 재해석한 창극 ‘귀토’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제공
우리에게도 익숙한 판소리 ‘수궁가’에는 자라의 꾐에 빠져 용왕의 약재가 될 뻔한 토끼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토끼가 수궁은 물론 육지에서도 갖은 고난을 겪는다는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토끼의 역경을 수궁가는 “삼재팔난(三災八難·온갖 재앙과 곤란)”이라 묘사한다.

이 삼재팔난에 초점을 맞춰 수궁가를 재해석한 국립창극단 창극 ‘귀토’(사진)가 돌아온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귀토는 2015년 동아연극상 대상을 받은 고선웅 연출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삼재팔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홍수, 집값 폭등 등 고난이 계속되는 우리네 삶과 닮았다. 주제의식이 뚜렷한 창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작창은 고 연출과 함께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만든 한승석 음악감독과 유수정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공동 작업했다. 창극에 담긴 50여 곡 가운데 수궁가 원곡을 그대로 살린 것은 3곡뿐. 이날치가 불러 유명해진 ‘범 내려온다’는 원형 그대로 선보인다. 한 감독은 “판소리는 비장한 음악이지만 귀토의 소리는 아주 유쾌해 마음껏 웃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귀토의 주인공은 토끼가 아니다. 그의 아들 ‘토자’다. 고단한 육지 생활을 피해 제 발로 수궁을 찾아가지만 “물이나 뭍이나 거기서 거기”란 대사처럼 삶이 순탄치 않다. 토자를 연기한 창극 배우 김준수는 “초연 때는 단단하지 못한 철부지 같은 토자를 연기했다면, 이번엔 좀 더 성장하고 성숙한 토자를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무대는 단색 무대 한가운데 LED 패널을 설치해 다양한 패턴 그래픽을 구현한다. 토자를 비롯한 육지 동물은 박수근 화가(1914∼1965)의 그림에서 따왔다는 무채색 계열의 한복을, 수중 동물은 형형색색의 원단을 덧댄 의상을 입어 눈길을 끈다. 2만∼8만 원.

#판소리#수궁가#재해석#창극#귀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