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대작전’ 문현성 감독
넷플릭스 공개 직후 잇단 혹평에 “당시 진중한 분위기만 있었겠나”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에서 동욱(유아인·오른쪽) 등 일명 ‘빵꾸팸’ 멤버들이 비자금 운송을 위해 개조한 차량을 바라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의 서울, 그중에서도 노원구 상계동을 주요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은 26일 공개 직후부터 혹평이 쏟아졌다. 가장 많은 지적은 영화 속에 구현된 1980년대가 한국의 1980년대 같지 않다는 것. 1960, 7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 등의 슬럼가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빵꾸(펑크)사’란 이름의 자동차 정비소를 아지트로 활약하는 ‘빵꾸팸’ 멤버 동욱(유아인)과 우삼(고경표) 등 주인공들 역시 30여 년 전 미국 힙합 뮤지션처럼 꾸며 시간과 공간적 배경에 의문이 들게 한다.
영화를 연출한 문현성 감독은 29일 화상 인터뷰에서 “기획 단계부터 그런 지적을 많이 들었다”며 “1980년대를 다룬 기존 영화들이 진중한 분위기였는데 당시 그런 분위기만 있었던 건 아니다. 유별난 캐릭터들을 앞세워 다양한 당시 모습 중 한 부분을 집중 조명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빵꾸팸’이 안 검사(오정세)의 지시로 비밀수사에 투입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의 임무는 500억 원이 넘는 군사정권의 비자금 실체를 밝히는 것. 안 검사는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동욱과 친구들의 전과를 없애주고 이들이 원하는 대로 미국에 보내주겠다고 제안한다. 극중 우삼이 ‘학살 전문 독재자’라고 칭하는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고 직을 내려놓자마자 사채시장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강 회장(문소리)과 함께 비자금 세탁에 돌입한다. ‘빵꾸팸’ 멤버들은 강 회장의 운전사로 위장 취업해 비자금을 운반하며 관련 장부 등 결정적 증거 찾기에 나선다.
영화는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1980년대 ‘사채 시장의 큰손’ 장영자 씨의 실명을 언급하진 않는다. 그러나 누가 봐도 전 전 대통령이 확실한 초상화와 뒷모습을 보여주는 등 실제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 감독은 “과거 역사적 사실에서 일부 모티브를 가져온 건 맞다”며 “실제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에선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있었다. ‘서울대작전’은 그중 한 조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블랙코미디 요소는 영화 속에서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데 그친다. 영화가 앞세우는 자동차 추격 액션은 속도감이 나지 않고, 추격 장면에 적용된 컴퓨터그래픽(CG)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이 티가 날 정도로 어색하다.
문 감독은 “하나부터 열까지 아쉬운 것이 많지만 제작진은 나름의 큰 포부를 가지고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서 시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총동원해 촬영했다”며 “그간 접해온 시각과는 다른 각도에서 1988년을 소환해보는 게 영화의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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