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녹음 때는 잘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 때와 비교하자면 이번 녹음은 혼을 담는 작업이었습니다.”
첼리스트 양성원(55·연세대 교수)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5곡 및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3곡 전곡을 음반으로 내놓았다. 2007년 프랑스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과 같은 레퍼토리를 앨범으로 처음 선보인지 15년 만이다.
“인생은 한 번 사는 거니까 두 번은 하고 싶었죠.(웃음) 그동안 음악의 뿌리가 더 깊어졌고 내면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곡들과 제 사이가 한층 자연스러워졌고 가까워졌습니다.”
15년 전의 EMI에서 데카로 음반사가 달라진 것, 5분짜리 소품인 소나티나 C단조가 추가된 것 외에 뚜렷한 변화는 두 가지다. 10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가 이번 앨범에 함께 했다. 그리고 첼로 현 네 개 중 저음현(絃) 두 개에 19세기 스틸(강철)현 등장 이전의 거트현(동물의 창자를 꼬아 만든 현)을 사용했다.
그는 동갑내기 파체를 ‘현존 최고의 음악가 중 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파체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는 등 세계 최고 현악 연주자들의 협업 요청을 한 몸에 받는 피아니스트다.
“같이 있으면 수도자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이들 나이도 비슷해서 대화가 잘 통하죠. 리허설 할 때 아침에 만날 시간은 정해도 끝나는 시간은 정하지 못해요. 저녁식사 끝난 뒤에도 한참을 맞춰보고 몇 시인지도 몰라요. 리허설 때마다 음악적으로 큰 만족을 얻습니다.”
거트현은 양날의 칼이다. 우선 표현이 풍부하다. “스틸현은 파워가 있지만 색채를 여러 가지로 바꾸기 어렵죠. 15년 전에는 네 현 모두 스틸현을 썼습니다. 거트현은 섬세하고 사람 목소리와 더 가까워요. 저음도 한층 깊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가도 치러야 한다. “거트현은 예민하죠. 특히 습도에 민감해요. 금방 튜닝(조율)이 틀어져 버리곤 합니다. 네 현 모두 거트현을 쓴다면 녹음 일정을 두 배로 늘려야 합니다.”
베토벤 첼로곡들은 첼리스트들에게 ‘신약성서’로 불린다. ‘구약성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집이다. 양성원은 ‘구약’도 2005년에 이어 2017년에 두 번째로 녹음했다. 바흐도, 베토벤도 두 번째 과정이 훨씬 ‘혹독’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아는 만큼 혹독해집니다. 이번 베토벤은 유럽에서 여러 차례 연주회를 한 다음에 녹음했고, 이상을 추구하면서 녹음도 길어졌죠. 만약 베토벤의 초상화를 그린다면 어떻게 그리는 게 실제 베토벤에 더 가까워질까, 상상했습니다. 10대와 20대 때의 연주가 연습의 결과물이라면, 40대 이후는 매일의 삶이 음악을 통해 드러나게 되죠.”
그는 최근 새 영역에 발을 들였다. 이달 독일 라인 음악축제(Musictage am Rhein)에서 실내악단 마인츠 비르투오지와 이 축제에 참여한 학생 연주가들이 함께 한 악단을 지휘했다.
“예전에 준비 없이 서울에서 한 번 지휘한 것 외에는 처음입니다. 여러 사람의 소리를 끄집어내는 일이 중독성 있더군요. 실수도 했지만 만족이 컸습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 신중하게 조금씩 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는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파체와 전국을 돌며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을 연다. 9월 23일 부산 영화의전당을 시작으로 통영, 대전, 여수 등에서 공연한다. 서울에서는 9월 29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이 열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