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영화 대작 ‘공조2: 인터내셔날’(7일 개봉)은 시작부터 관객의 혼을 빼놓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미국 뉴욕 한복판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공조1’에 비해 스케일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미 연방수사국(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은 뉴욕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조직 우두머리인 북한 출신 장명준(진선규) 일당을 검거한 뒤 미국에 파견된 북한 형사 철령(현빈) 등에게 이들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북-미 수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첨예한 외교적 상황 때문이다. 장명준 일당이 도피를 시도하면서 뉴욕 한복판에선 FBI 요원 및 북한 형사들과 장명준 일당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진다. 차량 폭발, 추격전 등 화려한 장면은 이 영화가 한국영화인지 할리우드 영화인지 헷갈릴 정도다.
공조2는 2017년 설 연휴 당시 개봉해 관객 781만 명을 모은 전작을 뛰어넘기 위해 곳곳에 공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뉴욕 장면은 실제 뉴욕에서 촬영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크게 놀라게 된다. 국내에서 6개월 넘게 걸려 만든 세트를 활용한 것으로, 컴퓨터그래픽(CG) 및 촬영·미술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실감케 한다.
영화는 몰입도를 끌어올린 뒤 철령과 한국 형사 진태(유해진)가 재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속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낸다. 장명준 일당이 한국으로 숨어들자 노동당 지시를 받은 철령이 5년 만에 돌아온 것. 1편에서 진태와 철영 두 사람을 주축으로 남북 공조가 이뤄졌다면, 2편에선 잭까지 가세해 남북미 공조 수사가 진행된다. FBI 요원을 더해 판을 키운 것이다.
유해진은 이번에도 ‘웃음 일등공신’으로 활약한다. 전편에서 아내를 잃고 복수심에 불탔던 현빈 역시 2편에선 코믹한 모습이 부각된다. 현빈은 1일 언론 인터뷰에서 “1편에선 복수심이 주요 감정이었다면 이번엔 시간이 흐르면서 철령이 여유로워졌다”며 “그런 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유해진 역시 이날 “현빈 씨는 실제로도 재밌어졌더라. 그래서 극 중에서 철령에게 ‘재밌어졌어’라는 대사를 한 것”이라고 했다.
1편 흥행 요인 중 하나였던 진태의 처제 민영(윤아)의 분량은 크게 늘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철없는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내며 큰 호평을 받았던 그는 이번엔 잭과 철령 두 사람 모두에게 반하는 역할로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한다. 민영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벌이는 신경전도 웃음 포인트.
후반부 고층 호텔 외벽과 곤돌라를 활용해 손에 땀나게 만드는 액션 장면은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로 꼽을 만하다. 짬뽕 국물을 묻힌 파리채 등 생활 속 소품을 활용한 창의적인 액션도 돋보인다. 반면 관객을 웃기려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라는 혹평도 예상된다. 전편에서 웃음이 터졌던 몇몇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등 ‘웃음 안전장치’를 과도하게 배치한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유해진은 “공조2 제작 소식을 듣고 걱정했던 점이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려먹는다’고 하는데 혹시 전편에 기댄 방식으로 구성돼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그런 것 때문에 속편을 선호하지 않는데 공조2의 이석훈 감독과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을 같이한 경험이 있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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