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daebak)’, ‘오빠(oppa)’ 등 26개 한국어 단어가 지난해 5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됐습니다. 위 사진도 이미 세계어가 된 한국어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대박을 영어로 ‘Daebak’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네요. 오히려 한 번 더 보게 됩니다. “저게 내가 아는 그 ‘대박’이 맞나?”라는 호기심과 함께요.
▽단골 손님을 주로 받는 가게는 간판이 작습니다. 심지어 간판 없이 영업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예약 손님들만으로 말이죠. 보일락 말락 하게 숨겨두기도 합니다. 위치가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 골목 2~3층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힙지로’나 청담동 골목길엔 꼭꼭 숨어 있는 레스토랑이나 와인바가 있습니다. 신비주의 전략이기도 하고, 손님 입장에선 친구들을 데리고 골목골목을 지나 간판도 없는 곳을 훅 열고 들어가면 친구들에게 “와, 넌 어떻게 이런 델 다 아냐!”고 칭찬듣기에도 좋죠. 반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뜨내기’ 손님을 붙잡기 위해 간판이 크고 눈에 띄게 화려하죠.
▽수도권에 신도시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던 1990년 대~2000년 대. 간판이 새로운 도시 공해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신도시는 주거 지역과 상가 지역이 정확하게 구획 정리가 돼 있다보니 대형 상가 건물들이 등장했고, 가게마다 치열하게 경쟁을 하다 간판 크기도 점점 커졌던 것이죠.
▽수년 전 한 블로거가 오스트리아의 호수마을 할슈타트를 여행하고 본인의 블로그에 멋진 사진들을 올렸습니다. 이를 한 네티즌이 ‘뽀샵’으로 간판을 붙여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간판만 붙였는데도 북한강 강촌 풍경’이라며 한국의 간판 문화를 조롱한 것이죠. 간판을 지루하고 지저분한 무언가로 해석합니다.
그런데, 정작 외국 관광객들은 서울의 간판을 매우 이국적으로 바라봅니다. 아래 사진은 외국인 사진작가의 눈에 비친 서울 골목 거리인데요, 분홍색을 강조하며 몽환적으로 촬영해 마치 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한국 관광객은 미국 라스베가스 야경 간판이나 광고가 많은 뉴욕의 타임스퀘어, 홍콩 네온사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습니다. 반면 서울의 종로, 수도권 신도시의 간판은 도시공해 취급을 하죠. 즉 이방인들의 눈엔 훌륭한 관광상품도 정작 현지인들에겐 짜증의 대상입니다. 실제로 라스베가스나 홍콩 주민들 중에도 현란한 야경을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아는 글씨는 인지가 되니 텍스트(문자·내용) 정보를 머릿속에서 해독해야 합니다. 반면 모르는 글자는 정보가 아닙니다. 그냥 낯설고 비현실적인 이미지죠. 이색·이국적인 도시의 멋들어진 장식품입니다. 현실이 아닌 것은 모두 낭만적이니까요. 지난 5월21일자 고양이눈썹에 ‘낭만에 대한’ 이야기를 참고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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