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석의 부모님이 “끝내고 싶다” 말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6일 03시 00분


소피 마르소 주연작 ‘다 잘된 거야’
뇌졸중 후유증 고통 아버지 요구에 스위스로 가 조력사 맞이하려던 딸
아버지가 돌연 삶의 의지 보여 혼란
배우들 깊은 내면 연기… 칸 초청작

“끝내고 싶으니 도와다오.”

병석에 누운 백발의 아버지가 중년의 딸을 보며 입을 뗀다. 무뚝뚝한 아버지가 딸의 손까지 붙잡고 부탁한다. 놀란 딸은 병실에서 뛰쳐나가 버린다.

7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다 잘된 거야’(사진)는 초반부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반신이 마비된 84세 아버지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앙드레는 글씨조차 스스로 쓸 수 없다. 배변도 해결할 수 없어 변이 묻은 침대 위에서 몇 시간이고 도와줄 이가 오길 기다려야 한다. 공장을 운영하고 미술품을 수집하며 품격 있는 삶을 살아온 앙드레는 “숨만 쉰다고 사는 것이냐”며 비참한 신세를 한탄한다. “이건 내가 아니다”라며 딸 에마뉘엘(소피 마르소) 앞에서 아이처럼 울기도 한다.

딸은 아버지가 마음을 바꾸길 바라지만 아버지는 완강하기만 하다. 결국 스위스로 가 의료진이 마련한 약물을 환자 스스로 투여하는 ‘의사조력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날을 잡는다. 그런데 앙드레는 손자의 연주회를 보고 가야겠다며 조력사 날을 미루는가 하면 딸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 있을 만큼 몸이 회복됐다고 기뻐하는 등 도통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때때로 누구보다 강한 삶의 의지를 보이며 딸을 의아하게 만든다. 아버지는 결국 마음을 바꾸게 될까.

영화는 아버지와 딸이 작별을 준비하는 과정과 죽음의 날이 다가오며 겪게 되는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차멀미로 구토하는 어린 딸을 다독이기는커녕 “많이 먹어서 그렇다”며 면박을 주기 바빴고, 가족에게 엄청난 비밀로 큰 상처를 줬던 애증의 대상인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해야 하는 딸의 복잡한 심경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원조 하이틴 스타 소피 마르소는 한층 깊어진 내면 연기로 애증을 표현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비뚤어진 한쪽 입 등 반신이 마비된 환자를 연기한 앙드레 뒤솔리에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지난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로, 프랑스 작가 에마뉘엘 베르넴이 딸로서 직접 겪은 일을 녹여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소피 마르소#칸초청작#다 잘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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