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모티브가 된 인물인 ‘조봉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스트리밍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수리남’은 넷플릭스 TV쇼 부문 6위를 기록했다. 11일 기준 33개국에서 10위권에 진입했으며, 특히 한국·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에서는 1위에 올랐다.
‘수리남’은 한국 마약상이었다가 수리남으로 도피해 해외 마약상이 된 전요환(황정민)과 그의 작업에 이용돼 수리남에서 옥살이한 후 전요환을 체포하려는 국정원에 협조하는 강인구(하정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다. 전요환이라는 인물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조직을 운영한 조봉행의 실화가 바탕이 됐다.
조봉행은 원래 1980년대 선박냉동기사로 일했다. 그는 당시 8년 정도 수리남에 거주해 현지 사정에 밝았고, 1994년 빌라 신축과 관련된 1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수배되자 수리남으로 도피했다.
그 후 그는 수리남 국적을 취득하고 생선 가공공장을 차렸는데, 실상은 어업회사에게 세금 없이 제공되는 면세유를 밀매하는 것이 주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유가상승, 단속 강화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고 사업에 차질이 생기자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 조직 ‘칼리 카르텔’과 손을 잡고 마약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수리남의 고위 정치인, 군 관계자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됐다. 심지어 수리남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조씨는 현지 한국 교포들을 포섭해 보석(마약)을 남미에서 유럽으로 운반해 주면 400만원 정도의 보상금을 주겠다는 제안으로 한국 국민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했다. 이 운반책들은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주부나 대학생 등이었고 이들은 현지에서 마약 운반 혐의로 체포되거나 구금됐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화된 것이 ‘집으로 가는 길(2013)’이다. 2004년 지인에게 속아 마약을 대신 운반해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에서 2년간 옥살이한 장미정씨 사건을 영화화했다.
조봉행의 마약 사업은 전 세계로 퍼져갔고 2005년에는 인터폴 수배 명단에 올랐다. 조씨는 일본과 마약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으로의 마약 공급도 계획하고 있었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 소식을 접하고 2007년 10월, 조봉행 체포를 위한 계획을 세웠지만, 수리남에는 우리나라 현지 대사관이 없었고 조씨와 친한 수리남 경찰과 군 조직은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런 그를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수리남에서 사업을 하다 조씨 때문에 낭패를 본 사람이었던 K씨 덕분이었다. K씨는 국정원에 협조해 가상의 재미교포 마약상과 조봉행 사이의 마약 거래 브로커로 위장했다. 이에 2009년 7월 23일 상파울루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에서 마약 거래를 약속하고 완전무장한 브라질 현지 경찰과 국정원 요원이 입국장 주변에서 잠복했다. 조봉행은 약속한 시간보다 2시간 늦게 나타났지만 결국 체포됐다.
이후 조봉행은 범죄인 인도 결정으로 한국으로 압송됐고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배준현 부장판사)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0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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