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美에미상 6관왕]
기자 꿈꾸다 영화감독의 길로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장르 넘나들며 작품세계 넓혀
홀어머니,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고교 시절 기자를 꿈꿨던 소년. 그 소년이 30여 년 뒤 아시아 국적 감독 최초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올릴 줄 누가 상상했을까.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51·사진)은 기자가 되고 싶어 서울대 신문학과에 진학했지만 3학년 때 휴학했다. 영화에 관심이 생긴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는 “하숙집에서 비디오를 빌려 영화만 봤다. 액션, 에로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제대로 영화를 공부하기로 한 그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로 떠나 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중 만든 단편 영화 ‘미러클 마일’은 2005년 칸영화제 단편 부문에 출품됐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실화에 바탕을 둔 사회 비판적 작품을 만들었다. 장편 데뷔작 ‘마이 파더’(2007년)는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주한미군이 돼 돌아온 아들과 살인을 한 사형수 아버지 이야기를 다뤘다. 1994년 발생한 ‘월곡동 황금장 여관 모녀 토막살인 사건’이 모티브였다. 4년 뒤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토대로 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진 폭력을 고발한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원작으로 영화 ‘도가니’(2011년)를 연출했다. 그는 “나는 답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2014년 심은경 주연의 코믹 판타지 ‘수상한 그녀’로 변신을 꾀했다. 70대 할머니가 스무 살 청춘의 몸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866만 명이 관람했다. 김훈 작가의 소설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2017년)도 빼어난 완성도로 호평을 받으며 사극, 코믹물 등 여러 장르를 자유자재로 연출하는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세계 1억1100만 가구가 시청한 오징어게임을 연출하며 그는 인생 2막을 맞았다. 올해 5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차기작은 분열이 낳은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 ‘KO 클럽(Killing Old People Club)’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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