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인간의 법정’ 조광희 작가
작년 소설 출간 이어 각본도 맡아
“극적 전개-무대동선 감안 구성 바꿔”
‘자신을 구매한 인간을 살해한 안드로이드(인간형 로봇)가 있다. 로봇을 어떻게 처벌할 수 있을까. 인간 아닌 로봇을 법정에 세울 순 있을까.’
지난해 출간된 소설 ‘인간의 법정’은 이런 질문을 던지며 전개된다. 주인공인 안드로이드 ‘아오’는 자신을 구매한 인간 ‘한시로’를 살해한다. 결국 아오는 살인죄로 법정에 서게 되고, 작품은 인간성의 본질과 경계를 탐구한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이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아트원씨어터에서 초연된다. 뮤지컬 각본은 소설의 작가이자 28년 경력의 변호사인 조광희 씨(56)가 맡았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6일 그를 만났다.
“처음엔 살인을 저지른 안드로이드가 재판을 받는 이야기를 쓰려 했어요. 근데 제가 법률가잖아요. ‘안드로이드는 인간이 아닌데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국 ‘안드로이드의 재판 받을 자격’ ‘인간의 자격은 무엇일까’로 생각이 이어졌죠.”
첫 장편소설 ‘리셋’(2018년)을 포함해 장편소설 두 편을 출간한 그가 뮤지컬 각본을 쓰는 건 처음이었다. 뮤지컬 ‘그날들’ ‘투란도트’를 만든 장소영 음악감독이 ‘인간의 법정’ 뮤지컬 판권을 구입하면서 그에게 각본도 써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엔 이걸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한다는 건지 감이 안 왔어요. 무대와 음악을 잘 모르는 제가 할 수 있을까 난감했죠.”
뮤지컬은 시간순으로 전개되는 원작 소설과 달리 과거 사건과 현실 법정을 오간다. 첫 장면에서 로봇 아오(이재환 유태양 류찬열 최하람)가 살인을 저지른 후 변호사 호윤표(박민성 임병근 오종혁)를 찾아가 변호를 요청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극적 전개와 무대 동선을 감안해 소설과 구성을 바꿨어요. 소설 속 사건과 인물도 핵심 위주로 추렸습니다.”
소설과 영화는 물론이고 뮤지컬까지 넘나드는 작가가 된 그는 법무법인 원에 몸담고 있다. 주로 문화예술 분야의 법률 자문을 해온 그는 영화계에서 쓰는 표준계약서 대부분을 초안했고 2001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영화등급 분류 보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이끌어냈다.
“‘후문학파’라는 말이 있대요. 선(先)인생, 후(後)문학. 삶을 산 후에 글을 쓴다는 거죠. 변호사로서 지낸 경험이 지금의 제가 이야기를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12월 4일까지, 4만4000∼6만6000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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