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의 작품은 닮은 듯 달랐다. 이스라엘의 국립 베짤렐예술디자인학교에서 사제로 연을 맺은 현대미술 작가 데이비드 걸스타인(78)과 한국 설치미술 작가 에덴 박(52)의 2인 기획전 ‘커팅 에지(CUTTING-EDGE)’가 14일 서울 광진구 프린트베이커리 워커힐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개막했다.
전시에서는 올해 작품부터 2000년대 대표작까지 총 54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같은 기법으로 제작된 사제의 작품이 한데 전시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벽면에 나란히 소개된 걸스타인의 ‘공존’(2014년)과 에덴 박의 ‘혼돈’(2022년)이 대표적이다. 에덴 박이 “스승에게서 ‘컷 아웃’ 기법을 유전자처럼 물려받았다”고 밝히듯 이들의 작품은 외형적으로 닮았다. 종이 위에 그린 드로잉대로 철재나 나무를 오려내 그 위에 형형색색의 패턴을 칠한 뒤 겹겹이 쌓아올린 형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르다. 걸스타인은 수십 마리의 나비가 뒤엉킨 모습을 겹겹의 철재 위에 그려 조화로운 자연을 형상화했다. 에덴 박은 타원형 패턴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뒤 ‘혼돈’이라고 이름 붙였다. 스승이 나비, 새, 자동차 등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사물과 동물을 주로 다룬다면 제자는 추상적인 감정을 담아낸 것. 에덴 박이 2019년부터 최근까지 선보이고 있는 ‘Secret Prayer’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기저귀 천을 수백 개 조각으로 잘라 염색한 뒤 격자로 된 나무틀에 겹겹의 매듭을 지어 완성한 이 시리즈는 무한히 연결되는 매듭처럼 끝없이 자식을 걱정하며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상징한다. 11월 15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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