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를 필요 없다. 사회학이라… 교과서도 아니고. 제목만 봐선 흠칫 움츠러든다. 반면 그래도 게임이라니 살짝 안심. 표지에 보기만 해도 신나는 컨트롤러도 떡하니 실려 있고. 과연 이 책, 딱딱할까 말랑할까.
결론부터 말하자. 이 책, 무척 흥미로운 내용을 ‘있는 힘껏’ 건조하게 썼다. 메시지는 간명하다. 요즘 게임은 대부분 온라인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다. 당연히 이용자들은 게임 속에서 관계 맺고 소통하고 거래도 한다. 현실 사회랑 닮은 구석이 무진장이다. 그럼 게임월드를 연구하면 사람 사는 세상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한번 제대로 들여다볼 때가 됐다. 뭐 이런 얘기다.
꽤나 설득력 있다. 사실 사회과학에선 연구가 난망한 주제들이 많다. 저자도 얘기했지만, 질병이나 폭력 등의 상관관계 같은 걸 어디서 함부로 실험하겠나. 하지만 비현실세계인 게임에선 이런저런 테스트도 가능하고, 뭣보다 명확한 데이터가 풍부하게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이런 분야를 살펴봐 줄 최고의 카드다. 전산학 보안학을 전공했고 유명 게임회사에서 데이터 분석 및 엔지니어링을 맡고 있으니 ‘게임 끝’이다. 실제로 책을 펴보면,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배울 게 넘쳐난다. 사회과학자들이 이렇게 게임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다만 게임이 현실을 반영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다음은 뭘까 싶긴 하다. 두 세상이 비슷하다 이상의 뭔가가 부족하다. 게임에서 획기적인 사회 통찰을 찾아내긴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이해는 가지만 아무래도 ‘친(親)게임회사’적 멘트들이 적지 않다. 진지한 내용이긴 해도 좀 더 가볍게 정리했더라면 더 반가웠겠다.
물론 그런 아쉬움이 이 책의 매력을 반감시키진 않는다. 마약범죄 조직과 유사한 게임재화 불법 거래를 잡아내는 데 네트워크 연구가 효과적이라거나 게임 이용자끼리 선한 마음을 퍼뜨리는 호혜행위 전파 등은 매우 인상적이다. 현실보다 더 실재 같은 가상세계를 다룬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년) 세상이 언제 올진 몰라도, 게임은 이미 우리와 떼놓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지 않나. 이제 게임한다고 뭐라 그러지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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