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간 혈액암 투병 사실을 밝힌 국민 배우 안성기(70)가 15일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배창호 감독(69)의 40주년 데뷔 기념 ‘배창호 감독 특별전’ 개막식에 참석했다. 개막식 상영작이었던 배 감독의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의 주연으로 안씨와 함께 출연했던 배우 김보연(65)과 김희라(75)도 참석했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배창호 감독 특별전’에 참석한 배우 안성기(왼쪽).
영화 상영 전 관객 앞에 선 안성기는 부은 얼굴에 가발을 착용하고 김보연의 부축을 받은 채 등장했다. 그는 다소 갈라지는 목소리로 “오늘 영화를 같이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전한뒤 “40년 만에 영화를 또 본다는 건 굉장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고 말했다. 그가 소감을 밝힐 때 김보연은 흐느껴 울기도 했다.
안성기는 17일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깊고 푸른 밤’(1985)을 관람하고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한 관객이 '안성기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나의 모든 것이다. 영화를 떠나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고 답했다.
배창호 감독 특별전에서 ‘꼬방동네 사람들’ 상영 전 소감을 밝히고 있는 배우 안성기와 김희라, 김보연.(왼쪽부터)
2018년 12월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았다가 8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던 방송인 겸 작가 허지웅(43)은 안성기의 투병 소식을 접하고 응원의 글을 남겼다. 허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번도 아프지 않았던 것처럼 웃으며 돌아오시리라 믿는다. 역하고 힘들어도 항암 중에 많이 드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개막식에서 배 감독은 “데뷔한 지 50, 60년 된 분들도 계셔서 특별전을 열어도 되나 고민하다가 모처럼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제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어 특별전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특별전은 15~28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압구정·서면·대구아카데미·천안에서 열린다. 꼬방동네 사람들, ‘고래사냥’(1984), ‘깊고 푸른 밤’ 등 배 감독이 꼽은 7편이 상영된다.
배 감독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겸비한 18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꼬방동네 사람들, ‘적도의 꽃’(1983년) 깊고 푸른 밤 등 히트작을 선보이며 당대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1994년 배창호프로덕션을 설립한 뒤 배우 이정재의 스크린 데뷔작 ‘젊은 남자’(1994년), ‘정’(2000년) ‘길’(2006년) 등 작가주의 영화를 선보였다.
배창호 감독 특별전에서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배우 이정재. 이정재를 비롯해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은 영상으로 축하인사를 전했다. 이정재는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를 꼽으라면 항상 ‘젊은 남자’를 꼽는다. 당시 연기를 잘 모르던 저를 배 감독님이 아버지처럼 푸근하게 보듬어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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