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박물관 통해 ‘고구려=中관할’ 자의적 역사인식 전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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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연구논문
“2017~2019년 동북박물관 전시서
고구려현-조공책봉 등 왜곡 주장”

중국 베이징국가박물관이 최근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展)’에서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전시 연표에서 무단으로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박물관을 통해 자국 중심주의 역사관을 전파해 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지난달 30일 출간한 ‘동북아역사포커스’ 9월호에서 김현숙 연구위원은 논문 ‘박물관 전시를 통해 본 중국의 고구려사 인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은 “2017∼2019년 중국 동북 지역 주요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가운데 고구려와 관련된 전시를 분석한 결과, 고구려를 중국 관할로 소개했다”며 “중국은 박물관 교육을 통해 중화문명의 위대성을 주창하며 자민족 중심주의에 치우친 자의적 역사인식을 전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린(吉林)성에 있는 지안(集安)박물관이다. 이곳은 전시장 입구부터 고구려의 종속성을 강조하는 안내문을 설치했다. 여기에 “한무제가 한사군을 설치할 때 고구려인 구역에 고구려 현을 설치해 현도군 관할에 뒀다”며 해당 현에서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했다는 취지의 문장이 실렸다. 현도군은 무제가 설치한 낙랑군 등 한사군(漢四郡) 가운데 하나. 랴오닝(遼寧)성과 톄링(鐵嶺), 번시(本溪), 선양(瀋陽)박물관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담은 소개글들이 발견됐다.

김 위원은 이를 고구려가 한나라에 속해 행정적 지배를 받았다는 중국의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국사기는 물론이고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와 후한서 등을 살펴보면, 주몽의 고구려는 기원전 75년 현도군을 공격해 쫓아낸 뒤 기원전 37년에 건국했다”며 “고구려는 한나라의 행정적 지배를 받지 않은 독자적인 국가”라고 반박했다.

지안과 톄링, 번시, 랴오닝 등 4곳에서는 한나라와 고구려를 “조공과 책봉의 관계”로 묘사하면서 고구려가 중원 왕조에 종속됐다는 ‘속국론’을 펼치기도 했다. 김 위원은 “조공과 책봉의 개념은 한나라가 멸망한 뒤 남북조 시기에 완성됐다”며 “고구려가 한나라에 예물 등을 보낸 것은 강대국인 중국과 우호적인 외교 무역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동북아역사재단#자의적역사인식#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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