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공간의 품격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30일 03시 00분


[Cover Story]

이탈리아의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 하이엔드 브랜드로 성장한 조르제티는 123년 전통을 가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가구다. 인테리어 업계에선 차별화된 조르제티 가구를 통칭해 ‘조르제티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르제티 제공
이탈리아의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 하이엔드 브랜드로 성장한 조르제티는 123년 전통을 가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가구다. 인테리어 업계에선 차별화된 조르제티 가구를 통칭해 ‘조르제티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르제티 제공
명품 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최근에는 ‘명품 중의 명품’을 추구하는 위버 럭셔리(Uber Luxury) 바람이 불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최고 끝판왕’을 뜻하는 하이엔드(High-end) 라인을 선보이는 한편 VVIP 고객에 집중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올해 5월 발간된 삼정KPMG의 ‘뉴럭셔리 비즈니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럭셔리 시장 규모는 2942억 달러다.

한국 명품 시장의 규모는 2020년보다 29.6% 커진 58억 달러였다. 미국(641억 달러), 중국(427억 달러), 일본(260억 달러)과 함께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명품업계에서는 한국 명품 시장이 2024년 7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위 1% 슈퍼 리치(Super Rich)들은 고유 가치를 구축한 브랜드를 일상 곳곳에서 누리는 ‘위버 라이프(Uber Life)’를 추구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생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슈퍼 리치들의 관심 또한 집안으로 향하고 있다.

이제 공간은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담아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술품같은 그릇… 영국왕실 인증 침대… 상위 1%가 선택한 ‘명품 중의 명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럭셔리 브랜드의 중심도 패션, 주얼리 등에서 리빙으로 옮겨가고 있다. 슈퍼 리치를 중심으로 ‘럭셔리테리어(럭셔리+인테리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면서 맞춤 제작한 주방 가구, 깔끔한 조명, 매일 쓰는 그릇이나 잔 같은 식기 등에서도 최고급 제품이 주목 받고 있다. 장인의 손길로 빚어진 제품을 사용하다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 세월과 브랜드가 결합해 만들어진 가치가 부의 새로운 상징이 되고 있다.

명품 식기 관심 높아… 숙련공이 왕실 도자기 재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8층에 위치한 로얄코펜하겐의 세계 최초 ‘플로라 다니카’ 매장 전경. 로얄코펜하겐 제공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8층에 위치한 로얄코펜하겐의 세계 최초 ‘플로라 다니카’ 매장 전경. 로얄코펜하겐 제공
247년 전통의 덴마크 왕실 도자기 로얄코펜하겐은 한정 컬렉션, 단독 매장 등을 선보이며 주목받는 브랜드다. 올해 6월에는 롯데백화점 본점 8층에 세계 최초 ‘플로라 다니카’ 단독 매장을 열고 도자기 제품 120점 이상을 한자리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로얄코펜하겐의 최상위 라인인 ‘플로라 다니카(Flora Danica)’는 1790년에 탄생했다. 곡선의 자기 위에 정교한 형태와 생생한 색채, 화려한 금도금 등을 모두 장인의 손으로 완성해 공예술품의 극치로 불린다. 제품마다 식물도감의 그림을 한 가지씩 장인이 손으로 직접 그려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벌구이한 도자기 위에 플라원 모티브를 그리고 채색해 다시 구워내는 오버글레이즈(Overglaze) 페인팅 기법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덴마크의 국보이자 걸작으로 손꼽힌다. 플라워 페인팅을 마치면 접시 가장자리를 숙련된 도금공이 직접 페인팅하고 구워낸 뒤에 연마한다.

플로라 다니카는 주문 생산 방식이 기본이다. 고객이 모티프와 형태를 고르면 덴마크에 있는 페인팅 장인들이 직접 그려 완성한 제품을 만든다. 이미 입고된 제품이 아니라면 완성된 도자기를 받아보기까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 가까이 소요된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플로라 다니카를 그릴 수 있는 페인팅 장인은 손에 꼽는다. 단 15명의 페인팅 장인이 수백, 수천 번의 붓질로 플로라 다니카를 만든다. 플로라 다니카 접시 1개를 만드는 데 적어도 5∼6명의 장인이 수작업을 하며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완성에 이르기까지 최소 7번 이상 가마에서 구워내는 과정을 거친다.

100% 주문 제작하는 ‘조르제티 스타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위치한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조르제티(GIORGETTI)’ 플래그십 스토어의 모습. 조르제티 제공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위치한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조르제티(GIORGETTI)’ 플래그십 스토어의 모습. 조르제티 제공
이탈리아의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로 성장한 조르제티는 123년 전통으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특히 브랜드가 쌓아온 가공 기법을 활용해 장인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시중에서 유사 디자인 모조품을 찾기 어렵다. 그만큼 제품 본연의 가치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 인테리어 업계에선 이러한 차별화된 조르제티 가구를 통칭해 ‘조르제티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조르제티는 이탈리아 왕실용 가구를 만들기 시작해 현재까지 그 품질과 명성을 이어오는 독보적인 럭셔리 가구 브랜드가 됐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유려한 곡선과 미적 균형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 20개의 원목을 각각 가공해 만든 1인용 의자 ‘허그(HUG)’, 흔들의자 ‘무브(MOVE)’, 지진계의 바늘을 형상화해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데스크 ‘에라스모(ERASMO)’ 등이 있다.

조르제티는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품 목재 카날레토 월넛을 활용해 기하학적인 곡선의 원목 제품을 100% 주문 생산 방식으로 만들며 유럽 대표 가구 브랜드다운 정신을 보여준다.

말총, 알파카, 캐시미어 소재 침대… 주방가구의 벤츠 ‘불탑’


영국의 로얄 침대 브랜드인 히프노스의 리저브 매트리스. 히프노스 제공
영국의 로얄 침대 브랜드인 히프노스의 리저브 매트리스. 히프노스 제공
집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구 중 하나인 침대와 식탁에도 최고급 명품이 빠질 수 없다.

히프노스는 영국의 유산과도 같은 로얄 침대 브랜드로 1904년 탄생해 5대째 천연 자연 소재와 독립 스프링을 기반으로 수작업을 고집하고 있다. 히프노스의 장인들은 대대로 전해오는 공예기술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침대’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침실가구에서는 전례가 없는 ‘왕실의 인증마크(Royal Warrant)’를 소지해 왔다. 히프노스 침대는 내장재로 양모, 말총, 알파카, 캐시미어 등 천연소재 중에서도 최고급 소재만 사용하며 수백만 원대부터 최고가 라인은 1억 원을 호가한다.

불타우프(불탑)는 1985년 주방 가구 최초로 조리대 겸용 보조 식탁인 ‘아일랜드 식탁’을 선보이면서 여러 사람이 함께 대화, 게임, 독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주방을 변모시킨 혁신적 브랜드다. 아일랜드는 주방과 거실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없애면서 연계된 식탁, 소파, 바(Bar) 등의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마르틴 불타우프의 외손자이자 불타우프의 최고경영자 마르크 애케르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불타우프가 부엌을 재해석했다”고 말한 바 있다.

불타우프는 ‘주방 가구계의 벤츠’, ‘세계 3대 주방 가구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다. 불타우프는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에 입각한 장인 정신으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주방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최근 주상복합 같은 고급 아파트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들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쿡탑, 에어컨 등을 분양 단계부터 빌트인 옵션으로 채택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한국시장에서도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

20세기 유명 산업디자이너를 앞세우며 탄생한 이탈리아 브리온베가의 라디오포노그라포. 브리온베가 제공
20세기 유명 산업디자이너를 앞세우며 탄생한 이탈리아 브리온베가의 라디오포노그라포. 브리온베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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