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이라면 ‘맨즈웨어의 아이콘’ 기노시타 다카히로의 스트리트 패션을 보며 한 번쯤 따라 입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 있으실 거예요. 언뜻 보기엔 특별할 것 없는 스타일이지만 기본형 아이템과 백발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중년의 중후함을 돋보이게 합니다.
세계적인 ‘꽃중년’ 패션 아이콘 기노시타 다카히로를 만나 그만의 스타일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무심한 듯 걸쳤을 뿐인데 포멀하면서도 빈티지한 그의 패션 철학과 스타일링 방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그만의 클래식한 시티보이룩 공식부터 젊은 감각이 살아 숨쉬면서도 간결하게 절제된 컬러 프레피룩, 흐트러트린 듯 자연스러운 스트리트 감성 무드까지 생생하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매년 2회 발행되는 ‘라이프웨어 매거진’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역행하는 슬로패션을 선보이는 유니클로 소속 기노시타 다카히로 편집장의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지금 들어가 보겠습니다. 토크 세션에서 그는 동양인 피부색을 고려한 차콜그레이색 정장과 캐주얼한 하늘색 옥스퍼드 체크셔츠, 기노시타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뿔테안경과 노삭스 슈즈를 스타일링해 모던함과 클래식함을 모두 드러냈습니다. 올가을 옷장 안 클래식한 아이템을 활용해 모던한 시티보이로 거듭날 마음의 준비 되셨나요?
#시티보이룩
캐주얼 클래식룩에서 시작된 시티보이룩은 기노시타의 전매특허 스타일로도 유명한데요. 일본에서 ‘뽀빠이 매거진 패션’이 유행하며 나이의 장벽을 깨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남성 패션 스타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티보이룩의 영감을 어디서 받으셨는지 궁금했습니다. 뜻밖에도 ‘중2병’이라는 유머러스한 답변과 함께 중학교 2학년은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첫 관문이자 여러 자극을 받아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시기라고 말합니다.
소년 감성 시티보이룩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스타일 공식은 ‘나에게 딱 맞는 사이즈 선택’입니다. 품이 넉넉하거나 정통 정장에 기본 팬츠를 입어선 아재 패션으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사이즈와 기장에 집중해야 합니다. 둘째는 벨트와 시계, 넥타이핀 등 액세서리들의 컬러를 한 가지로 통일하고 발 끝 신발에 공을 들이는 것입니다. 정장룩엔 검은색 신발, 캐주얼룩엔 갈색 신발, 면바지엔 로퍼를, 카고팬츠나 조거팬츠에는 양말과 워커를 매치하는 식입니다. 충분히 계산된 ‘대충’은 적재적소에 착용한 작고 매력적인 액세서리가 완성시키는 법입니다.
기노시타의 시티보이룩은 클래식함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비슷한 스타일을 반복하게 될 수 있어 아이템 하나하나에 꼼꼼하게 신경을 써야 합니다. 신발은 잘 닦고 관리하며 정장은 주름을 없애기 위해 하루 정도 쉬고 착용합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하는 것이 나다움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의 시작입니다.
#프레피룩
기노시타에게 클래식이란 보기엔 오래됐지만 열어보면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급변하는 패션의 흐름에 역주행하듯 스탠더드한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승화시켜 손질만 잘하면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것이 핵심입니다. ‘익숙함의 미학’인 프레피룩을 잘 입기 위해서는 기본형 아이템을 여러 가지 스타일로 시도해보고 익숙해질 때까지 유니폼처럼 반복해서 착용해봐야 합니다. 사람의 체형은 다양하기 때문에 누구를 특정해서 따라 하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익숙함을 만나길 추천합니다.
중년 프레피룩의 정석인 기노시타의 정장 패션이 특별한 이유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믹스매치해 기존 프레피룩의 패러다임을 깨고,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맨즈웨어 스타일로 적용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베이직한 아이템으로 ‘나다운 스타일’을 완성하는 기노시타의 프레피룩을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스포츠캠퍼스룩
“잡지는 하나의 문화이자 소통의 통로”라는 다카히로는 유니클로 ‘라이프웨어’에 자신만의 특별함을 담았습니다. 이번 시즌 ‘투데이 클래식(TODAY’S CLASSICS)’은 하버드대 운동선수들이 클래식룩과 스포츠룩을 결합해 탄생시킨 ‘스포츠캠퍼스룩’을 다뤘는데요. 권위와 자유가 공존하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각기 개성과 전공을 살린 다양한 스포츠룩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의 틀로부터 조금만 벗어나 스타일링을 고민하고 거기에다 계산된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매치해 보세요.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 손이 닿는 대로 입었을 뿐인데 스타일리시한 스스로를 만나실 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밀착 스타일링 팁, 각 맞춰 입으면 ‘촌티 스타일’인 거 잊지 마세요.
패션 아이콘을 직접 만난다는 설렘과 그의 스타일에 대한 궁금증을 한아름 안고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요. 클래식한 아이템을 유니폼처럼 착용하다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다는 기노시타 편집장의 고집스러운 패션 철학이 진정성으로 다가옵니다. 빠르게 바뀌는 패스트패션의 긴장감으로 피곤해진 지금 익숙함에서 트렌드를 찾는 ‘슬로패션의 대가’ 기노시타 스타일로 잠시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떠신지요. 오랜 친구처럼 내 옷장 안에 걸려 있는 버버리코트를 무심하게 툭 걸쳐 가을을 맞이해 보세요. 익숙함이 예쁜 가을을 만끽하시게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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