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장례식, 추모식은 일체 생략하고 내 시신은 곧 연세대 의료원에 기증해 의과 대학생들의 교육에 쓰여지길 바라며 누가 뭐래도 이 결심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4일 향년 94세로 세상을 떠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2011년 10월 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작성해 당시 이철 세브란스 의료원장에게 보냈다. 이후 같은 해 11월 21일 연세대에 시신 기증인 유언서를 정식으로 작성해 전달했다. 당시 유언서의 ‘남기고 싶은 말씀’란에는 “연세대 의대생들의 공부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고 적었다.
해당 편지는 5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김옥길기념관에서 공개됐다. 김옥길기념관은 문교부 장관을 지낸 고인의 누나 김옥길 전 이화여대 총장(1921∼1990)을 추모하기 위해 고인이 1999년 자택 마당에 건립했다.
이날 빈소에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등이 찾아와 조문했다. 안 의원은 “한국 정치사와 지성사에 남긴 족적은 길이 기억될 것”이라며 추모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씀이 늘 깊은 영감을 줬다”고 애도했다.
고인의 제자로 임종을 지켜본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는 “평생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오시며 귀감이 되셨고, 언제라도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칠 수 있다는 사랑과 진심, 의협감과 정의감을 보여주신 분”이라며 “한국 사회를 위해 늘 올곧은 말씀을 해주신 스승 같은 분이셨다”고 말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7일까지 치러지며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연세대 의대에 기증된다. 서대문구 자택은 김옥길 전 총장의 모교인 이화여대에 기부하기로 했다. 유족으로 여동생 옥영·수옥 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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