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시간 개념을 앗아갔다. 이동을 못해 만남이 사라졌고, 감염이라도 되면 한곳에 갇혀 하루,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흐릿해진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근무시간과 여가시간의 경계도 불투명해졌다.
이제 길었던 코로나19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시점. 하지만 언제든 또 다른 팬데믹이 찾아올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런 미래에 인류가 이를 극복할 능력을 지녔는지를 살펴본 실험인 ‘딥 타임(deep time) 프로젝트’를 다뤘다.
‘인간 적응력 연구소’를 운영하는 저자는 참가자 14명과 함께 2021년 3월 14일부터 4월 24일까지 40일 동안 프랑스 아리에주의 위사라는 곳에 있는 롱브리브 동굴에서 생활한다. 빛도 시계도 전자기계도 없이.
처음엔 각자 자고 일어나는 시간도 다를 정도로 생활리듬이 맞지 않아 혼란을 겪지만, 곧 참가자들은 동굴 생활에 적응해 간다. 전직 소방대원과 의사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직업도 가치관도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규칙을 만들어 나간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지만 이들은 공존을 깨우친다. 함께 환경에 적응하며 질서를 지키고 심지어 같이 동굴 탐험에도 나선다. 그 생생한 40일간의 여정을 통해 저자는 “급변하는 환경에도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에게 있다”며 “함께하는 한 디스토피아는 없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에 갇혀 사는 현대인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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