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정지우, 미이케 타카시…부산국제영화제 수놓은 거장 감독의 OTT 시리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9일 13시 59분


7일 낮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 소향씨어터는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천만 영화 ‘왕의 남자’(2005년)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 데뷔작 ‘욘더(티빙)’가 상영됐기 때문.

상영 뒤엔 이 감독과 한지민 신하균 등 주연배우가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도 예정돼 이날 상영은 일찌감치 매진이었다. 서울에서 ‘욘더’를 보러 왔다는 대학생 김진형 씨(19)는 “평소 이 감독 팬인데 그가 만든 시리즈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왔다”며 “스마트폰으로 보던 OTT 콘텐츠를 영화관 대형스크린에서 보면 어떨 느낌일지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오픈토크에 참석한 티빙 시리즈 ‘욘더’팀. 왼쪽 두번째부터 이준익 감독 배우 정해인 한지민 이정은 정진영.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오픈토크에 참석한 티빙 시리즈 ‘욘더’팀. 왼쪽 두번째부터 이준익 감독 배우 정해인 한지민 이정은 정진영.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욘더’는 안락사가 합법화된 2032년이 배경. 숨을 거두기 직전 뇌에 저장된 기억을 모두 빼낸 다음 이를 바탕으로 죽은 이를 가상현실의 가상인간으로 부활시켜 남은 가족들과 만날 수 있게 한다는 줄거리다. 이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 및 오픈토크 등에서 “OTT 시리즈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오게 될 줄 몰랐다”며 웃었다.

5~14일 진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등 OTT 시리즈는 모두 9편. 영화제 측은 지난해 OTT 시리즈를 상영하는 ‘온스크린’ 부문을 신설해 3편을 초청했는데, 이번엔 9편으로 대폭 늘렸다.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서 그간 영화계가 가진 OTT콘텐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거두고 영화와 시리즈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선 이 감독 작품은 물론 쿠엔틴 타란티노가 광팬이라고 밝혀 더 유명해진 ‘고어물의 거장’ 일본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K콘텐츠 데뷔작 ‘커넥트’, 영화 ‘은교’ ‘해피 엔드’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썸바디’(넷플릭스) 등 유명감독들의 첫 시리즈가 잇달아 초청됐다.
미이케 감독은 7일 기자회견에서 “OTT가 영화제에 초청받아 너무 놀랐고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지우 감독은 “부산 극장에서 보여드릴 수 있어 영광”이라며 “영화와 달리 한도 각 캐릭터와 관계들을 한없이 그릴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고 했다.

특히 OTT를 통해 공식 공개되기 전에 큰 스크린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점, ‘욘더’의 한지민 신하균, ‘커넥트’의 정해인 고경표 등 스타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 등에 힘입어 관객들 관심이 OTT에 쏠리는 분위기. 영화제 부제를 ‘OTT 시리즈 축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6일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서 열린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커넥트>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일본 고어물 거장 미이케 타카시 감독과 주연배우 정해인 김혜준(오른쪽 두번째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6일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서 열린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커넥트>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일본 고어물 거장 미이케 타카시 감독과 주연배우 정해인 김혜준(오른쪽 두번째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OTT 업체도 영화제 초청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지난해 초청된 넷플릭스의 ‘지옥’과 ‘마이네임’은 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바이럴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이후 공식 공개되며 각각 세계 1위, 3위라는 좋은 성적도 이뤄냈다.
한 OTT 업체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앞다퉈 리뷰를 올리는 등 적극적인 이들이 많아 선공개에 따른 최고의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국내 구독자를 선점하고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이만한 마케팅 공간이 없다”고 했다.

영화제 측이 내년에는 OTT 콘텐츠를 더 많이 받아들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방송계의 아카데미 에미상을 석권하는 등 OTT 시리즈가 K콘텐츠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국가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명망있는 감독의 시리즈 데뷔가 속속 이뤄지며 시리즈가 상영시간이 긴 영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문호를 더 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예측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제에서 벌어지는 OTT 작품들의 치열한 홍보 경쟁이 영화제 분위기를 띄우는 효과도 큰 만큼 향후 영화제에 초청되는 OTT 초청작 수가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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