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뒤뷔페’와 ‘자크 빌레글레’, 25살 나이차를 뛰어넘은 예술가들의 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0일 12시 08분


‘장 뒤뷔페: 카스틸라의 풍경-삼색의 지역’ 전시 포스터
‘장 뒤뷔페: 카스틸라의 풍경-삼색의 지역’ 전시 포스터
1975년, 프랑스 예술가 자크 빌레글레(1926~2022)는 동네를 산책하다 한 전시 포스터를 발견한다. 그해 2~3월 파리 컨템포러리 아트 내셔널센터에서 진행하는 ‘장 뒤뷔페: 카스틸라의 풍경-삼색의 지역’ 전시 포스터였다. 포스터 속 그림에 매료된 빌레글레는 장 뒤뷔페(1901~1985)에게 편지를 쓴다.

“이번 우를루프 전시의 포스터를 내 작업에 사용해도 될까요? 당신이 허락해주면 굉장히 영광일 것 같습니다.”(1975년 3월 23일 편지의 일부 내용)

두 예술가의 우정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뒤뷔페 그리고 빌레글레’는 25살의 나이차에도 활발히 교류했던 두 사람을 함께 조명한다. 뒤뷔페의 초기 회화 24점을 포함한 총 67점, 빌레글레의 작품 35점이 나란히 전시됐다. 빌레글레 작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전시는 뒤뷔페의 우를루프 연작을 전면 배치했다. 빌레글레와의 인연에 우를루프가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우를루프란 특별한 의미 없는 단어로, 정형화된 미술계를 꼬집는 뒤뷔페식 신조어다. 뒤뷔페가 전화하며 그린 낙서에서 모티브를 얻은 모든 작품을 통칭한다. 콜라주 작품 ‘기억의 사슬 Ⅰ’(1964년)에서 보이는 삐뚤빼뚤한 곡선은 ‘등장인물’(1971년) 등을 통해 점차 사람의 형상을 띠었다.

‘까르푸 몽마르뜨-렁뷔토’(1975년)
‘까르푸 몽마르뜨-렁뷔토’(1975년)
우를루프 연작 중 포스터는 빌레글레의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출품작 ‘까르푸 몽마르뜨-렁뷔토’(1975년)나 ‘모리스 컹탕 광장’(1975년)은 뒤뷔페의 포스터를 캔버스에 붙이고 찢으며 만든 작품이다. 빌레글레는 찢어진 벽보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마지막 벽보 작업인 ‘캥페르 사람들의 작업-펜아르 수영장-르 카르티에’(2006년)도 출품됐다.

‘모리스 컹탕 광장’(1975년)
‘모리스 컹탕 광장’(1975년)
소마미술관 측은 “두 사람의 작품 양상은 달라 보이지만, 완전한 자유에 근간하여 작업할 때 만들어내는 정신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31일까지. 성인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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