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려다 일본 가려고요. 항공권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고 해도 호텔이나 음식이 비싸요.”
연말에 부모님과 제주도 가족여행을 계획 중인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양모씨(41)는 일본 재개 소식에 후쿠오카로 목적지를 틀었다. 항공권을 제외하고 숙소, 식비, 교통비를 모두 따져봐도 일본이 제주보다 더 저렴하거나 가격 차이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일본, 대만 등 주변국들이 여행을 재개하면서 대체지로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제주관광 시장이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속속 나온다.
12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황금 연휴가 낀 이달 해외로 나가는 여행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절반 이상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여행 수요는 무려 9배 이상 급증했다.
참좋은여행의 개천절 연휴(2022년 9월30일~10월3일) 출발 기준 해외여행 예약 건수는 4096명으로 전년 대비(366명) 1019%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850명)과 비교하면 59.8% 수준이다. 10월 출발 기준 일본여행 예약건 수는 3665명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857%(약 9.5배) 증가했다.
‘한국~일본’간 항공편 운항이 정상 재개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운항한 ‘한~일’ 노선은 346편으로 2019년(2850편) 대비 12% 정도 수준이다.
항공사들도 앞다퉈 이달 초부터 일본 노선을 확대하고 있어 일본 관광 특수가 예상된다.
반면 올해 초여름부터 특수를 누렸던 제주 노선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지난 9월 제주행 국내선 운항 수는 1만3661편으로 전년 대비 9.2% 늘었으나, 전월(1만4823편) 대비 7.8% 줄었다.
제주 관광업계에선 제주여행 수요가 일본으로 분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료를 제외하고 지속된 엔저 현상으로 숙박·식음료, 렌터카, 골프까지 제주도보다 일본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제주의 한 여행사 대표는 “제주는 메르스와 코로나19로 국제 관광이 어려워질 때 오히려 특수를 누려 왔다”라며 “지난 3년간 재방문객을 비롯해 제주에 올만한 여행객은 다왔을 정도로 이미 정점을 찍어 내국인 수요는 내리막만 남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1~2년 사이 제주도 여행 물가가 무섭게 치솟았다”라며 “업계 종사자인 나라도 관광지 기준으로 한끼에 2만원이 기본인 제주보다 6000원하는 일본을 갈 것”이라고 했다.
골프여행 수요도 줄고 있는 추세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지역 30개 골프장의 지난 7월 내장객은 22만6846명으로, 전년(2190명) 대비 7.3% 감소했다. 도외 및 외국 골프객은 3.3%, 도내 골프객은 10.2% 줄었다.
제주관광공사는 현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내국인 꾸준히 들어오고 가을여행 수요가 높다보니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까지는 10월 누계 입도객은 23%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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