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구르나-부커상 갤것 화상대담
구르나 “상처받은 이들 치유 위해”
갤것 “아프리카에 귀 기울여 달라”
“나는 다만 잘못된 것, 부당한 것에 대해 쓸 뿐입니다.”(압둘라자크 구르나)
“아프리카 소녀들처럼, 현실에서 외면당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데이먼 갤것)
전쟁과 기후변화, 전염병…. 세계에 끊이지 않는 위기 속에서 문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문화교류 시민단체인 ‘아프리카인사이트’가 11일 주최한 ‘2022년 아프리카 문화인적 교류 증진 특별 웨비나’에 화상으로 참석한 탄자니아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4)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가 겸 극작가 데이먼 갤것(59)은 “작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힘쓰는 이가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낱낱이 기록하는 이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르나와 갤것은 지난해 각각 노벨 문학상과 부커상을 받았다.
올해 5월 국내에 출간된 ‘낙원’(문학동네)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아프리카 식민지 역사를 통해 인간성을 탐구하는 구르나는 현대 아프리카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힌다. 지난해 스웨덴 한림원은 그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며 “식민주의 역사에서 난민이 처한 운명을 타협 없이 연민 어린 시선으로 통찰했다”고 평했다. 그의 작품은 저항적이고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자주 받는다. 구르나는 이에 대해 “정치적인 저항을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는 역사를 통해 상처받은 이들이 치유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겁니다. 전쟁과 식민 지배, 이주의 아픔이 사람들을 완전히 파괴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이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갤것이 부커상을 받은 작품은 남아공에서 1950년부터 1994년까지 이어진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겪은 한 백인 가족을 다룬 소설 ‘약속’이다. 그는 “소설의 힘은 역사적인 순간에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낱낱이 기록하는 데 있다”며 “그 감정 속에서 인간성을 발견해내는 것이 소설가로서의 책무”라고 했다. 그의 또 다른 소설 ‘The Good Doctor’는 다음 달 국내에 출간된다.
갤것은 “최근 서구 출판계에서 아프리카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리카대륙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남아공의 청년 작가들이 현지에서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담은 작품에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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