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할리우드 황금 손’ 브룩하이머 “한국 감독-배우와 손 잡을 의향 가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7일 11시 21분


올해 6월 ‘탑건: 매버릭’ 홍보차 방한해 국내 관객들과 만난 톰 크루즈와 제리 브룩하이머, 배우 글렌 포웰.(오른쪽 부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를 두고 기시감을 느낀 이들이 꽤 있을 듯하다. 1980년 북미에서 개봉해 리처드 기어를 당대 최고 스타로 만든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원작 영화를 비롯해 42년 만에 리메이크 드라마를 만든 이는 세계적인 스타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79).

‘탑건’(1986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2003~2017년) ‘블랙 호크 다운’(2002년) ‘아마겟돈’(1998년) ‘콘 에어’(1997년) ‘더 록’(1996년) 등 누구나 알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한 할리우드 큰손이다. 원작 영화는 그가 제작한 영화 중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할리우드에 그의 존재를 확실히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1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 ‘아메리칸 지골로’ 포스터. 파라마운트+ 제공
1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 ‘아메리칸 지골로’ 포스터. 파라마운트+ 제공


‘할리우드의 미다스 손’ ‘할리우드 지배자’ 등 여러 별명으로 불리는 제리 브룩하이머를 동아일보가 단독으로 서면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근 ‘탑건’의 속편, ‘탑건: 매버릭’을 36년 만에 내놓은 데 이어 42년 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를 드라마화한 이유에 대해 “10년 전부터 드라마 제작 논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 제약으로 다루지 못했던 주인공 줄리언의 배경과 성격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싶었다”며 “OTT와 케이블 채널이 부상한 만큼 드라마로 만드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영화는 로스앤젤레스(LA) 부촌을 무대로 몸을 파는 남성을 뜻하는 ‘지골로’ 줄리언(리처드 기어)이 최상류층 여성들과 보내는 화려하고 은밀한 일상을 주로 보여준다. 줄리언이 살인죄 누명을 쓰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는 로맨스를 완성하기 위한 장치에 그친다.

반면 드라마는 그가 제작한 ‘CSI’ 시리즈처럼 범죄 수사물 성격이 짙다. 줄리언(존 번설)이 복역하던 중 진범이 밝혀지면서 15년 만에 출소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브룩하이머는 “원작은 줄리언의 현재 삶에만 집중했다”며 “드라마를 줄리언이 누명을 벗은 이후 이야기로 시작하면 그가 삶을 재건하는 과정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줄리언의 사회 복귀 과정, 그가 미성년자 시절 상류층 여성들을 상대하는 지골로로 키워지는 모습, 누명을 씌운 인물을 특정해가는 과정도 두루 보여준다. 아동 학대와 빈곤 등 뿌리 깊은 사회 문제도 녹였다. 그는 “영화에서 다루지 못한 줄리언을 진범으로 몰았던 선데이 형사와 (줄리언과 사랑에 빠진 유부녀) 미셸 이야기도 자세히 담았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지골로’는 일부 남성들의 부러움을 사는 존재로 묘사되지만, 드라마는 이들에 대한 경멸과 초라한 모습을 부각한다. 브룩하이머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의 등장 등 시대의 변화로 성 노동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느냐”며 “줄리언 같은 사람이 아직 설 자리가 이 시대에 있느냐는 의문 역시 드라마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드라마는 LA VIP 지역의 고급 성 노동자라는 서브 컬처를 자세히 다룹니다. 누명을 쓴 사람이 기회를 얻는다는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한국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에 매료되길 바랍니다.”

영화는 ‘지골로’라는 단어가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선 북미 개봉 5년 뒤인 1985년 ‘아메리칸 플레이보이’로 이름을 바꿔 뒤늦게 개봉됐다. 이번에 원제 그대로 공개된다. 그는 “전 세계가 같은 타이틀을 쓰는 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1980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주인공 줄리언 역을 맡았던 배우 리처드 기어.
1980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주인공 줄리언 역을 맡았던 배우 리처드 기어.


브룩하이머는 ‘아메리칸 지골로’ 외에도 1980년대 에디 머피를 글로벌 스타로 만든 영화 ‘비버리 힐스 캅’ 시리즈의 네 번째 편 제작에 나서는 등 과거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명작들을 되살리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각색을 검토 중인 과거 작품이 몇 가지 더 있다”고 귀띔했다.

6월엔 ‘탑건: 매버릭’ 개봉을 앞두고 영화 홍보차 배우 톰 크루즈와 함께 방한해 탑건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할리우드 단짝’ 크루즈와 브룩하이머는 한국 관객들과 함께 ‘탑건: 매버릭’을 관람하고 레드카펫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며 한국 사랑을 과시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탑건: 매버릭’은 81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올해 개봉한 외화 중 관객 수 1위를 기록했다. 탑건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흥행에 성공한 만큼 ‘탑건3’ 제작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는 “탑건3 제작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다”며 “올여름 방한했을 때 열정적인 한국 팬들이 보여준 환대는 압도적이었다. 충성심 높은 팬들을 직접 볼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제 영화와 드라마를 한국에서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고 많이 즐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브룩하이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나 아카데미 작품상의 주역 봉준호 감독,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이정재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한국 감독과 배우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한국 영화와 TV 콘텐츠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나오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혁신적이고 독특한 감각을 작품에 불어넣는 사람들과 일하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한국 유명 감독 및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 의향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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