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택 TBS 대표가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건강상 사유로 한 달간 병가를 내면서 노조의 사퇴 압박이 다시 커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내부 자정’ 노력에 부합하는 행보로, 그동안 ‘TBS의 재정 독립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라고 언급해왔던 입장이 돌아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17일부터 1개월간 목디스크 수술 이유로 병가를 신청했다.
존폐 위기에 직면한 TBS 입장에서 11월부터 연말까지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11월4일부터 시작되는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비롯해 국민의힘 시의회가 발의한 ‘지원 폐지 조례’도 11월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내년도 TBS 지원 예산도 연말 확정된다. 앞서 서울시는 내년도 TBS 출연금을 올해 320억원보다 88억원 줄어든 232억원 편성하겠다고 시의회에 보고했다.
이런 시기에 대표가 한 달이나 병가를 사용한다고 하면서 조직 내부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T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조 TBS지부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내부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과 달리 대표가 장기간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최고경영자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 노조는 “대표가 책임을 회피하려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장기간 병가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은 상태라면 의미 없는 임기를 지키기보다는 차라리 빠른 시일 안에 사퇴하는 것이 대표 본인과 TBS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촉구했다.
노조의 이 대표 사퇴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TBS 제1노조와 제2노조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이 대표의 퇴진 투표를 묻는 찬반 투표를 진행했는데, 투표에서 두 노조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이 대표 임기는 내년 2월까지로, 약 4개월 남은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오 시장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TBS 내부 자정’ 움직임에 부합하는 만큼 시의회에서 TBS 지원 폐지 조례가 통과되더라도 서울시 예산 지원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오 시장은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TBS 지원 폐지’ 조례를 발의한 시의회와 입장을 달리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시 오 시장은 “TBS는 공영방송이다. 언론은 자정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노조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관점의 변화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14일 국토교통위의 국정감사에서도 “TBS는 재난방송 기능을 상실했고 원인의 중심에 이강택 대표가 있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 사퇴 후 TBS가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다면 서울시 지원 예산을 줄이겠다는 오 시장의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물러나야 보수진영의 눈엣가시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개편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있다.
이 대표는 그동안 김어준씨를 감싸며 정치적 탄압 프레임을 고수해왔다.
오 시장은 TBS가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오히려 더 늘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원 폐지 조례가 현재 시의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라 현 단계에서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조례가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유예기간이 1~2년 주어지고, TBS가 자체적으로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도록 개편안을 마련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