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밑’으로 돌아온 이날치 “국악에 갇히지 않은 사운드 보여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0일 10시 44분


신작 공연 ‘물 밑’으로 돌아온 7인조 밴드 이날치. 왼쪽부터 장영규 안이호 권송희 이나래 박준철 신유진 이철희.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신작 공연 ‘물 밑’으로 돌아온 7인조 밴드 이날치. 왼쪽부터 장영규 안이호 권송희 이나래 박준철 신유진 이철희.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판소리 다섯마당의 수궁가에서 따온 ‘범 내려온다’로 전 세계적 히트를 친 밴드 이날치가 3년 만에 신곡을 가지고 돌아왔다. 29~30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 ‘물 밑’에서다. 이 공연에서 이날치는 최근 일부 무대에서 선보인 ‘히히하하’를 포함해 미발표곡 ‘태초의 행성’ ‘흉흉한 소문’ ‘빙빙빙’ 등 11개의 신곡을 부르고 연주한다.

‘물 밑’ 수록곡은 별개로 존재하지만 하나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짜였다. 생명의 근원지인 ‘물 밑’을 찾아가는 천문학자의 여정을 담았다는 것. 토끼 간을 찾으러 뭍으로 나온 별주부 이야기를 그린 1집 ‘수궁가’와 달리 ‘물 밑’의 곡들은 판소리 다섯마당과는 완전히 무관한 내용이다.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리더 장영규(베이스)는 “이날치의 음악에서 판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기에 다섯마당의 남은 작품을 활용해 곡을 만들지 고민이 많았지만 판소리가 아닌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음악을 만드는 게 이날치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치가 공연하는 모습.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이날치가 공연하는 모습.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이번 공연은 이날치의 신곡에 박정희 연출이 구상한 스토리를 덧대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박 연출은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베이스)와 ‘시련’ ‘장 주네’ ‘백치’ 등의 작품을 함께 해온 공연연출가. 지난해 이날치에 합류한 밴드 ‘파블로프’ 출신의 박준철(베이스)은 “멤버들 다 같이 ‘생명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썼고 이를 토대로 연출님이 줄거리를 만들었다”며 “곡들은 별개로 존재하지만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무대 디자인은 감각적인 채색의 무대를 선보여온 여신동 무대디자이너가 맡았다. 무대는 LG SIGNATURE 홀 34m 깊이의 무대를 모두 사용할 예정이다. 거대하고 깊은 공간감이 묻어나는 것이 콘셉트다. 이나래(보컬)는 “거대한 우주공간에 작고 작은 이날치가 뚝 떨어져서 자기들만의 음악을 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밴드 ‘파블로프’ 출신의 박준철(베이스)가 합류하면서 이날치는 7인조 밴드가 됐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지난해 밴드 ‘파블로프’ 출신의 박준철(베이스)가 합류하면서 이날치는 7인조 밴드가 됐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이날치는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신곡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 2집을 발매할 예정이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특장점인 기존의 ‘이날치 스타일’을 살리되 몽환적 느낌을 주는 록 음악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더했다. 전자 악기의 한 종류인 신디사이저와 탬버린, 트라이앵글과 같은 타악기도 활용한다. 박준철(베이스)은 “이번 공연에선 쇠나 돌을 두드리기도 하는데 멤버들 모두 자연 질감이 나는 타악 사운드를 좋아한다”고 했다.

‘물 밑’에선 1집에선 들을 수 없었던 창법의 보컬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나래(보컬)는 “이번 신곡을 부르면서 기교에서 나오는 판소리의 깊은 맛을 버려야 할 때도 있었다. 가성이나 속삭임 같은 창법을 구사했다. 또 화음을 넣을 땐 무거움을 덜어내고 담백하게 불렀다”고 했다.

이날치가 공연하는 모습. LG아트센터 서울
이날치가 공연하는 모습. LG아트센터 서울

자신들의 음악을 ‘퓨전국악’이 아닌 대안적(얼터너티브) 팝이라 정의하는 이날치. 판소리, 국악에 갇히는 게 아니라 여러 장르의 경계선에 다양한 음악을 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취지다. 이나래(보컬)은 “우리 전통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보다는 이날치 사운드 안에서 우리가 낼 수 있는 소리를 고민하게 됐다”며 “우리는 판소리, 국악을 하는 사람이 아닌 노래, 음악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희한하게 익숙하고 아름답게 낯선’(BBC 라디오), ‘목소리들이 음과 음 사이를 미끄러지듯 오간다’(영국 출신 유명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
지난달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헝가리 등 첫 유럽투어를 마친 이날치에겐 이 같은 극찬이 쏟아졌다. 유럽에 이어 내년엔 북미 투어 공연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장영규(베이스)는 “국내 대중음악 범주에서 밴드 음악은 제외돼 있기에 밴드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범 내려온다’를 통해 받았던 화제와 관심이 없어졌을 때도 계속 이날치 음악을 하기 위해 밴드 음악을 대중음악으로 받아주는 해외의 팝 시장을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3만~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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