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아니 카바피안(74)은 미국 바이올린계의 우뚝한 존재로 꼽힌다. 독주자와 실내악 연주자로서 명성을 쌓았을 뿐 아니라 미국 매네스 음대, 맨하탄 음대, 퀸즈대 교수를 거치며 수많은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를 육성했고 현재 예일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13일 개막한 ‘LG와 함께하는 제1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열한 명의 심사위원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콩쿠르는 19일 5개국 13명의 준결선 진출자를 가려냈으며 21,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리는 준결선과 24,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결선 경연을 앞두고 있다. 카바피안은 19일 심사위원 숙소인 서울 중구 호텔신라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콩쿠르 출연자들의 높은 연주 수준이 놀랍다. 대회 운영도 매우 프로페셔널하다. 이미 세계 주요(Major) 콩쿠르이지만 더 큰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는 대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초청으로 2017년 서울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열었으며 미국에서도 여러 한국 학생들을 가르친 바 있다. 한국 음악가들이 최근 세계 주요 콩쿠르와 연주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대해 그는 “한국 학생들은 30년 전 이미 테크닉 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오늘날 그들은 더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평가했다.
그의 네 살 아래 자매인 아이다 카바피안(커티스 음대 교수)도 언니와 나란히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교수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나이차가 나서 학교에서 비교 받은 일이 없어 그런지 경쟁의식은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매우 친하고 함께 자주 연주하죠. 둘 다 연주에 개성이 있는 편이어서 서로 긍정적인 영항을 받곤 해요. 한 번은 어느 지휘자가 ‘내년에 저랑 연주하기로 되어있네요’ 하기에 놀라 알아보니 동생과 연주하는 것이었더군요.”(웃음)
그는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에 사는 아르메니아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르메니아는 최근 인접국인 아제르바이잔과 군사적 충돌을 겪었다. 그는 “음악은 여러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묶어주는데 가장 좋은 도구다. 음악은 상처를 치유해주며 서로 협력하게 해준다. 여러 나라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콩쿠르는 그런 의미에서도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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