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아픔, 예술로 달랬다는 브래드 피트의 작품[영감 한 스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2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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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의 총맞은 집
토마토수프 테러 맞은 반 고흐의 해바라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국에서도 얼마 전까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곤 했던 ‘연예인 예술가’에 관한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가 음악가 닉 케이브, 조각가 토마스 하우즈아고와 함께 그룹전을 핀란드 미술관에서 열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전시를 하게 되었는지, 또 어떤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다음은 영국 런던에서 반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에 기후 위기 시위대가 토마토 수프를 끼얹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는 소식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 단체는 “현실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환경에서 이번처럼 미디어의 관심을 받은 적이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영감한스푼 미리보기
●브래드 피트는 안젤리나 졸리와 이혼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것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대로 작품 속에는 총알이 날아다니는 집, 머리를 좁은 틈에 끼워넣고 있는 사람, 서로 총을 겨눈 인물들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처럼 많은 연예인 예술가들은 셀러브리티로서 말못할 내면을 작품으로 털어놓곤 합니다.

●지난주 금요일인 10월 14일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기후 위기 시위대가 반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 하인즈 토마토 캔 수프를 끼얹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다행히 그림은 유리 액자에 끼워져 있어 손상되지 않았는데요. 이들 단체는 영국 정부의 화석연료 신규 허가와 생산 중단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런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총 맞은 집 작품으로 만든 브래드 피트
브래드 피트, 집에 내가 쏜 총으로 난 상처(Self-Inflicted Gunshot Wound to the House) 사진: 플랜비 트위터
브래드 피트, 집에 내가 쏜 총으로 난 상처(Self-Inflicted Gunshot Wound to the House) 사진: 플랜비 트위터


● ‘남성미 아이콘’의 자아성찰

관계에서 나의 잘못을 돌아봤다: 브래드 피트의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갈등과 좌절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 작품은 집 모양으로 만든 실리콘에 총을 쏘아서 만든 것이죠. 이를 비롯한 작품에 대해 피트는 “타인과 관계에서 내가 잘못한 것들을 돌아봤다”며 “스스로에게 잔혹할 정도로 솔직해지고, 이를 통해 나의 실수와 부족함으로 상처주었을 사람들에게 솔직해지려고 했다”고 말합니다. 안젤리나 졸리와의 이혼 과정에서 미디어를 통해 흘러 나온 두 사람의 갈등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죠. 자기를 내려놓고 성찰하는 과정을 예술을 통해 밟아나갔다는 이야기로도 들립니다.

브래드 피트, 당신을 겨누는 순간 나 자신을 봤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Aiming At You I Saw Me But It Was Too Late This Time) 사진출처: 플랜비 트위터
브래드 피트, 당신을 겨누는 순간 나 자신을 봤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Aiming At You I Saw Me But It Was Too Late This Time) 사진출처: 플랜비 트위터


중년의 위기: 위 작품도 피트가 겪었을 개인적인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누군가와 큰 갈등을 겪었고, 총을 겨눌만큼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서로 받았던 거겠죠? 오래 전부터 할리우드에서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그가 이렇게 겸손하게 자기를 내려놓고 내보이는 모습에서.. 피트가 세간에서 흔히 일컫는 ‘중년의 위기’라는 것을 겪는걸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약점을 보일 수 없었던” 남자: 이에 관해 피트는 인터뷰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성장과정에서 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캐릭터가 되어야만 했다. 모든 것을 안으로 삼키고, 모든 것을 다할 수 있어야 했으며 약점을 보여선 안됐다. 내 아버지가 그랬고, 윗세대 배우들이 그랬다. 근데 그거 정말 피곤하고 지친다.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상관없다. 난 여기서 안전함을 느낀다.”

● 아픔을 웃어 넘길 수 있게 해준 친구들

영국 출신 조각가 토마스 하우즈아고의 작품 위에서. 왼쪽부터 토마스 하우즈아고, 브래드 피트, 닉 케이브. 사진출처: 토마스 하우즈아고 스튜디오
영국 출신 조각가 토마스 하우즈아고의 작품 위에서. 왼쪽부터 토마스 하우즈아고, 브래드 피트, 닉 케이브. 사진출처: 토마스 하우즈아고 스튜디오


전시제목 ‘WE’로 뭉친 세 남자: 피트의 작품은 영국 출신 현대미술가 토마스 하우즈아고, 음악가 닉 케이브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고 있습니다. 토마스 하우즈아고는 가고시안 갤러리 소속의 작가로, 미술관 전시는 2019년 이후 이번이 처음인데요. 핀란드 제2도시 탐페레(Tampere)의 사라 힐덴 미술관의 기획으로, ‘WE’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세 사람의 다른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데요. 하우즈아고는 청바지를 입고 맨발로 편안하게, 피트는 점프수트에 중절모로 장난스럽게, 그리고 케이브는 정장에 커피잔을 들고 앉아 있죠. 케이브가 섬세하고 까다로운 예술가 역할이라면 그 반대에 피트가 있고 두 사람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우즈아고가 했던 것 아닐까? 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ㅎ

6년 전 연말 파티에서 처음 만난 피트와 하우즈아고: 피트는 6년 전 연말 파티에서 하우즈아고를 만났고, 그 자리에서 서로의 아픔을 털어 놓으며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이후 하우즈아고의 작업실을 틈만 나면 찾아가 각자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했고요. 1990년대부터 알고 지냈던 케이브를 데려온 것도 피트입니다. 피트는 이 때 이혼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고, 하우즈아고의 작업실에서 도자기를 만들어보며 마음을 치유했다고 말합니다.
셀러브리티 예술가의 작품…어떻게 봐야할까?
자기를 표현하는 ‘예술 행위’는 인간의 본능: 피트의 작품을 보고 ‘어 생각보다 괜찮네?’라고 느끼셨나요? 저 역시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부분이 재밌었습니다. 스크린 속의 멋진 브래드 피트가 평소엔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 하면서요. 피트 말고도 밥 딜런, 데이빗 보위 같은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시각 예술을 통해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자아를 드러내곤 한답니다.

한국에서도 솔비, 송민호, 조영남 등 예술 활동을 하는 유명인들이 많죠. 저는 이런 유명인들이 예술 행위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예술로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꼭 예술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도 말이죠.

예술 행위를 넘어선 ‘예술’이냐는 또 다른 문제: 다만 그들의 작품이 ‘유명인이라서’ 주목을 받고 시작한다는 점은 항상 경계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밥 딜런이나 데이빗 보위의 작품도 ‘본업’의 유명세를 넘어서진 못하고 있는데요. 사실 많은 본업 예술가들은 작품 세계의 가치를 확립하기 위해 평생을 쏟아 붓습니다.
이 같은 노력을, 원래 본업이 아니었던 분야에서 발휘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겠죠. (화가가 갑자기 음악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감각이 있기에 좋은 음악을 할 수는 있겠지만, 뛰어난 음악을 하기 위해선 평균을 훨씬 넘는 노력이 필요할테니까요.)

본업 예술가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브래드 피트의 전시는 이벤트적 성격이 강해보였습니다. 토마스 하우즈아고의 핀란드 미술전에, 친구들이 함께 힘을 북돋아주는 느낌이랄까요? 진지하게 작가로 데뷔한다기보다는, ‘이런 작업도 하네~’라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정도로 말이죠.

이에 반해 일부 유명인 예술가들이 ‘수상 경력’이나 ‘학업’을 강조하며, 자신의 예술성을 성급하게 입증하려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사실 예술가의 작품 세계는 살아온 삶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세상을 보는 비전을 통해 평생 단단한 구조를 만들어가는 작업이지 상을 받거나 학력을 딴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 없이도 나를 표현하는 예술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인데, 굳이 ‘나도 예술가들이랑 다르지 않아’라고 억지로 끼워맞춰야하나? 라는 거죠. 그런 점에서 최근 일부 ‘셀럽 예술가’들이 정말 예술을 사랑한다면, 자신의 예술 행위를 넘어 어렵게 작업을 해 나가고 있는 본업 예술가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보내주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반 고흐 작품에 수프 끼얹은 기후 위기 시위대
어쩌면 영국 내셔널갤러리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일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토마토 수프로 뒤덮였습니다. 그림 아래에는 벽에 손을 붙인 사람들이 ‘JUST STOP OIL’이라고 적힌 셔츠를 입고 시위를 하고 있네요. 미술관 속 명화에 접착제로 손을 붙여 눈길을 끌던 기후 위기 시위대들에 이번엔 더 과감한 항의에 나섰습니다.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기후 위기 시위대. 사진출처: JUST STOP OIL 트위터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기후 위기 시위대. 사진출처: JUST STOP OIL 트위터


● 기후 위기의 심각성 알리고자 했다

고흐의 해바라기 6점 중 1점: 시위대가 토마토 수프를 끼얹은 그림은 1888~1889년 반 고흐가 그렸던 해바라기 작품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6점 중 하나라고 합니다. 남부 프랑스의 뜨거운 태양과 고흐의 치열한 삶을 담고 있는 듯한 해바라기는 그의 대표작이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림이죠.

그림 보존보다 지구 보존이 더 급하다!: 이 그림 아래에 접착제로 손을 붙인 활동가 2명은 깜짝 놀란 관객들을 향해 ‘사람들과 지구를 구하는 게 급한데, 그림이 더 걱정됩니까?’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은 소셜미디어로 빠르게 확산되었는데요. 이 활동가들이 속한 단체 ‘JUST STOP OIL’ 대변인은 “기후 변화 이슈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유리 액자 되어있어 그림은 손상 없어 : 미술관 측은 그림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이후 발표했습니다. 또 활동가들은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다만 ‘JUST STOP OIL’ 대변인은 활동가들이 사전에 그림에 유리 액자가 끼워져있는지, 수프를 끼얹어도 손상을 입지 않을 지 미리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수 주간 이런 시위 더 있을 것: 그리고 ‘JUST STOP OIL’을 후원하는 미국의 ‘기후위기재단’은 이같은 형태의 시위가 향후 수 주간 여러 국가에서 더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기후위기재단 대변인은 “기후 운동을 8년 동안 하면서 이번 반 고흐 시위만큼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다. 기후 위기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미디어 환경을 뚫고 나가는 데 성공한 것”이라며 “이제는 정말로 깨어나 기후 위기가 현실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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