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써보니 알것같다 왜 그리 쪼들렸는지[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2일 03시 00분


◇소비단식 일기/서박하 지음/176쪽·1만6000원·휴머니스트

이호재 기자
이호재 기자
절약이 미덕인 시대다. 배달 음식을 시키려다 집에서 밥을 해 먹고, 과일은 사치라 여기며 장바구니에서 슬쩍 뺀다. 물가가 치솟는 이때 자린고비 정신만이 보릿고개를 버틸 방법. 지독한 짠돌이가 쓴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소비단식 일기’는 경영학 박사 출신인 저자가 자신의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인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어느 날 저자는 신용카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알림을 받는다. 신용카드 한도의 90% 이상을 사용했으니 한도를 올리라는 통지였다. 저자는 자신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내역을 살펴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 필요해서 산 것뿐이다.

저자를 바꾼 건 책이다. 저자는 전자책(e북)으로 에세이 ‘나는 빚을 다 갚았다’(2016년)를 읽게 된다. 미국의 평범한 직장인이던 애나 뉴얼 존스는 무분별한 소비로 빚더미에 앉았다. 카드 대금을 제때 내지 못해 이월해 막은 리볼빙 서비스를 쓰다 빚을 갚지 못한 것. 필수품을 제외하곤 자신을 위한 돈은 쓰지 않는 이른바 ‘소비단식’으로 빚을 다 갚은 존스를 보고 저자는 결심한다. 자신도 한번 소비단식을 해보자고.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저자의 결심은 하루를 버티지 못한다. 저자는 결심한 다음 날에 8만9000원을 쓴다. 부업을 해보겠다는 핑계로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서 결제한 것. 둘째 날엔 케이크와 커피를 사느라 6만 원을 썼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바뀌자 선물을 사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림을 그려 보려고 결제했던 포토숍 프로그램 비용을 전액 환불하고 대신 무료 앱을 쓰기로 했다. 휴대전화 요금제는 저렴한 것으로 바꾸고 와이파이를 자주 사용했다. 버터, 치즈, 와인을 사 먹는 게 취미였지만 이를 내려놓는다. 집에 쌓여 있는 줄무늬 티셔츠와 청바지는 더 이상 사지 않았다. 저자의 삶은 조금씩 바뀌었다. 2년을 노력한 끝에 저자는 신용카드 대금 500만 원, 학자금 대출 200만 원, 마이너스 통장 100만 원 등 총 1600만 원에 달하는 빚을 모두 청산한다.

주목할 만한 건 저자가 왜 자신이 돈에 쪼들리기 시작했는지 돌아보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게 정말 필요할까?’를 넘어 ‘내가 이렇게나 소비를 했던 이유는 뭐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그 결과 자신이 우울과 불안으로 빈 마음을 소비로 채우려 했음을 깨닫는다. 육아와 일로 받은 스트레스를 돈을 쓰며 해소했던 것이다.

요즘처럼 물가가 오르는 때를 달가워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저소득층에 물가가 오르는 건 치명적이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다만 개인으로선 자신이 여태까지 한 소비가 옳았는지 한번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건 어떨까. “소비단식을 하는 조심스러운 생활 속에도 행복한 순간들이 곳곳에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행복을 빼앗아갈 수 없도록.

#소비단식#절약#소비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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